김동표기자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6.30 남·북·미 판문점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다시 대화로 급물살을 타면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의 낙관적 전망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유엔군사령부의 존재 이유가 없으며, 즉시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유엔군사령부의 존속은 종전선언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한국은 종전선언 이후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은 '유엔군사령부의 미래 역할 변화와 한국의 준비' 보고서를 통해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사에 달려 있을 뿐"이라면서 "종전선언은 유엔군사령부의 법적 지위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에 의해 유엔군사령부의 운용은, 유엔이 아닌 미국 주도 하에 있다는 점을 법적 근거로 꼽았다. 또한 1994년 6월 24일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에 보낸 편지에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는 어떤 유엔 기관의 책임에 속하지 않고 미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문제이다"라고 쓰여있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결정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 이상,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강제할 수 있는 그 어떤 국제법 문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문제는 미국의 정책결정 문제에 해당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군사령부와 종전선언과 무관하다면, 한국 정부는 오히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국가 안보를 지키고 정책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군사령부의 운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유엔군사령부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성화 프로그램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가 아닌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려한다면 유엔군사령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측 2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통제 권한 및 관할권은 유엔군사령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엔군사령부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를 발굴하고자 해도 DMZ 내 군사분계선 이남에 관한 한 유엔군사령부의 승인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유지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기능 또는 역할도 진화 가능성이 상당하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발생 시 사실조사 등 유엔군사령부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유지에 있어 유엔군사령부가 (향후) 주요 행위자가 된다면 한국은 재활성화된 유엔군사령부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군사령부 내 한국의 역할로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을 한국 출신이 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엔군사령부 내에서 한국의 역할은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이 유엔군사령부를 유명무실한 조직으로만 보고, 유엔군사령부 내로 한국군을 진출시키는 데 있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가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국 정부의 유엔군사령부 관련 정책이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