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알리지 않았어요'…남성은 외면한 '여성 인권 행사'

[사진=최호경 수습기자]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 최호경 수습기자]"아무래도 여성 인권 행사라 주변 사람들에 간다고 알리지 않았어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을 열었다. 올해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란 주제로 이뤄졌다. '3.8시민난장', '3.8기념식 및 문화제', '3.8거리행진 및 마무리' 순서로 진행됐다.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여성들로 남성들의 참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여성연합은 1500~2000명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단체에 소속된 남성 활동가를 제외하면 일반인 남성 참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학생 김모(25)씨는 "동성 친구들이 여성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얘기를 해봤자 어떤 반응이 올 지 예상이 돼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모(49)씨는 "(남성 참석이 저조한 이유가) 특별히 여성인권 행사에 가야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남성들간) 문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백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자리이지만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우리가 같이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 참석자들은 3.8 여성 선언을 통해 "미투 운동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문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선언"이라며 "모든 여성이 일상에서 차별 없이 동등하게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투 관련 법·제도 개선과 함께 낙태죄 폐지,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상사의 성추행을 폭로해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는 이날 행사에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폭로한 김지은씨, 문학계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최영미 시인 등은 '미투 특별상'을 수상했다.

기념식 후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코스는 광화문 광장-안국동 사거리-인사동 거리-종로-광화문광장 순서로 진행됐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최호경 수습기자 ch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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