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허영인의 '평화 뚝심'…정상회담 '파리바게뜨 부스' 열었다

북·미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파리바게뜨 부스 오픈…제품 지원
홍보 효과보다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조금이라도 보탬 목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평양에 파리바게뜨를 여는 그날까지."

'제빵왕'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남북평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의지는 남다르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허창성 SPC 명예회장이 황해도 옹진 출신이며, 허 회장 역시 황해도에서 태어난 실향민이다. 허 회장은 평소 "북한에 맛있는 빵을 제공하고 싶다"고 자주 언급할 정도로 남북통일을 염원해왔다. SPC가 1차 남북정상회담 때부터 북·미정상회담, 3차 남북정상회담까지 프레스센터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기도 하다.

허 회장의 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27~28일) 장소에 파리바게뜨 부스를 연 것.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상주하는 프레스센터에 설치해 샌드위치와 커피, 생수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취재 편의를 도울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베트남에 2012년 진출해 현재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6개와 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집중하고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이번 부스 오픈이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이익보다는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허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란 게 SPC그룹 측 설명이다.

그룹 주요 실무진들은 파리바게뜨 부스 오픈과 제품 지원 등을 위해 일찌감치 하노이로 출국, 현재 현지에서의 원활한 부스 운영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앞서 SPC그룹은 지난해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이 담긴 스낵박스 5000개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때도 싱가포르 프레스센터에서 과자, 물 등으로 구성된 스낵박스를 나눠줬다. 9월17일 3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파리바게뜨 부스가 설치됐었다. 2800여명에 달하는 내외신 기자들을 위해 3500개의 스낵박스와 생수 1만5000병을 무료로 제공했다.

한편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UN의 대북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잘 풀릴 경우 경협 사업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SPC그룹이 식품 분야 대북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 명예회장이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10월28일 황해도 옹진에 삼립식품 전신인 '상미당'을 세웠다가 전쟁이 터지자 남쪽으로 내려와 1953년 을지로 4가에서 다시 가게를 열었다"면서 "허 회장의 아버지가 황해도 옹진에 상미당을 열었는데, 아들인 허 회장이 평양에 '파리바게뜨'를 여는 날이 올 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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