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박사가 빛을 칠해 그린 사진들

갤러리 나우·새티미래 갤러리서 김경수 사진전
KAIST 박사 출신 벤처 창업가…사진작가로 인생 2막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김경수 사진작가(56)는 KAIST 화학박사 출신이라는 이력만큼 독특한 사진 세계를 보여준다.그는 카메라의 셔터를 수동으로 열어 놓은 뒤 여러 색깔의 조명을 피사체에 비춰 중첩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다른 이미지와 합성해 환상적인 분위기의 사진 작품을 만들어낸다.김 작가는 "과거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학자로서 항상 남이 만들지 않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나의 일이었다. 그러한 습성이 사진을 하면서도 계속 남아있는 것 같다. 사진작업에서도 항상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김경수 작가는 1986년 경희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에 진학, 화학과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을 거쳐 한미약품에서 수석 연구원을 지냈고 1998년 선배와 함께 바이오 벤처기업 '씨트리'를 창업했다. 2002년에는 다시 독립해 또 다른 바이오 벤처기업 '카이로제닉스'를 창업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었으며 2013년 50세의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해 사진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경수 작가 본인 제공]

[김경수 작가 본인 제공]

현재 서울 종로구 갤러리 나우에서 그의 작품전 '아바타: 상상과 사유의 포지션'이 열리고 있다. 2015년 '별이 빛나는 밤', 2017년 '꼭두각시'에 이은 세 번째 작품전으로 지난해 갤러리 나우 작가상 공모에서 NoW Advance Exhibition 부문에 선정돼 작가전을 열게 됐다.전시된 작품에는 작가 자신을 대신하는 인형이 등장하고, 때로는 작가 자신이 등장해 인형과 한 공간에 존재하기도 한다. 작품 속 공간은 김경수 작가가 연출한 공간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40대 이후 어렵고 복잡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나의 욕구를 사진으로 그려냈다. 어릴 적부터 눈을 감고 나만의 상상세계로 여행을 하곤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그것이 어려운 현실세계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 그 상상세계로의 여행을 사진 이미지로 담아냈다."종로구 새티미래 갤러리에서는 두 번째 작품전이었던 '꼭두각시' 전시가 다시 열리고 있다. 거대한 피노키오가 난간에 걸터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작품 속 꼭두각시가 바로 나의 모습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인줄 알고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 속에 갇힌 꼭두각시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마주한 좌절과 아픔을 표현했다."김 작가의 어릴적 꿈은 화가였다. 지금은 그림도 그리지만 사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는 카메라의 셔터를 수동으로 열어 놓고 피사체에 빨강, 파랑, 녹색, 흰색으로 구성된 조명을 비춰 이미지를 만드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대상에 빛 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작가 페이스북]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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