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체 게바라 할머니/이영식

신내동 굴다리 지하 차도폐휴지 리어카에 매달린 노파깡마른 어깨와 굽은 허리를 티셔츠로 감싼 채자동차 줄줄이 세워 서행으로 끌고 있다때 절은 검은 티셔츠 위에 프린팅된 체 게바라젊음도 혁명도 놓치고무너진 젖무덤을 소금꽃으로 덮고 있다꿈은 꿈으로 끝날 뿐이야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어체는 노파를 노파는 리어카를리어카는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다정글이 따로 없다.
■이 시의 대체적인 정조는 폐휴지를 주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노파에 대한 연민이다. 그러나 단지 그렇게 읽고 말기에는 뭔가 좀 아쉽다. "젊음도 혁명도 놓치고"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기는 노파나 우리나 매한가지다. "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기에 더욱 이 시의 빈 행간마다 체 게바라가 남긴 이 말을 꼭 적고 싶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이미 시 속의 "체 게바라 할머니"는 "자동차 줄줄이 세워 서행으로 끌고 있"지 않은가. "민중은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이 또한 체 게바라의 말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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