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여름밤/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어머님께 드린다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내일 밤엔상추 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어머니,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저희 형제들과 손자, 손녀들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차례 상 가외에 들깻잎을 얹은 까닭은 조상님들 곁으로 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바여서이니 비록 탐탁지 않으시더라도 미욱한 자식들의 뒤늦은 어리석음이라 여겨 혜량해 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달이 나서 차고 이우는 것이야 사람의 일과는 별개이겠지만 오늘 둥그런 달이 다시 뜨고 잔별들이 빛나는 것은 모두 조상님들과 어머니께서 남은 자손들을 걱정하시고 보살피고자 하시는 마음인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맑은 술과 간소한 음식을 마련해 올리니 감응하시어 흠향하시옵소서.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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