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면 쓸모 있는 성평등 교과서' 국민참여 공모 결과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국어 문학 중 글쓰기 방법에 대한 묘사가 잘못 됐습니다. '여성적 표현'이라는 말은 '여린·섬세한·가벼운 표현'으로, '남성적 표현'은 '단도직입적·무뚝뚝한·무거운 표현' 등으로 대체해야 합니다."#"태권도·축구·스키를 설명하는 사진에는 남성만, 무용 사진에는 여자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체육 종목에서도 은연중에 남자와 여자의 종목을 정하고, 남자는 무용을 하면 안 되고 여자는 태권도를 하면 안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쉽습니다."초·중·고등학교 교과서와 학습지, 유아용 교재 등에 나온 성차별적 표현들을 성평등한 표현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20일부터 9월7일까지 홈페이지(www.mogef.go.kr)를 통해 '바꾸면 쓸모 있는 성평등 교과서' 국민참여 공모를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모두 894명이 참여한 이번 공모에서 국민들이 꼽은 성차별 표현은 여성과 남성의 특성, 역할, 직업, 외모 등에 관한 '성별 고정관념'이 무려 614건(68.7%)을 차지했다.국어 교과서에 '남성적' 어조와 '여성적' 어조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 실과 교과서에 자녀를 돌보거나 식사 준비하는 일을 여성만 수행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 과학자나 의사는 남자, 기상캐스터나 간호사는 여자로만 그려져 있는 것 등 성별에 따라 특성(176건·19.7%)과 역할(168건·18.8%), 직업(131건·14.7%) 등을 구분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토끼나 여우 등 연약한 동물을 여자에 비유하고 사자나 호랑이 등 강한 동물을 남자에 비유해 설명하는 유아용 교재,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들고 가벼운 물건은 여자가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바른생활 교과서 등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실과 교과서의 경우 저녁식사 모습을 묘사한 삽화에서 다른 가족은 앉아있고 엄마가 과일을 가져오는 장면은 가족 모두가 같이 앉아서 먹고 있는 장면으로, '저녁 준비하는 엄마 도와드리기'는 '부모님 도와드리기'로 각각 그림과 말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바른생활 교과 과목에 협동을 표현하는 묘사에서 남자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는데 이 역시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가벼운 물건은 여자가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지적이 있었다.또 영어교과서 삽화에서 남성은 티셔츠와 바지인데, 여성은 분홍색 큰 리본과 레이스 치마, 어깨가 과장된 퍼프 소매의 옷차림 등으로 표현되는 등 외모나 자세, 색상과 같은 성별 고정관념을 주는 사례를 지적한 경우도 139건(15.5%) 있었다.독립운동가 등 역사적 위인을 소개할 때 여성을 포함하지 않거나 남성 위인의 조력자로만 소개하는 것, 교과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관련 내용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 위주로 설명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제안도 280건(31.3%) 있었다.일례로 한 고졸 취업 준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자료 중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부분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만 다루고 있는데,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면 안되는지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여가부는 국민들이 제안한 이같은 사례를 전국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 3개교에 우선 적용하고 청소년용 성평등 교육자료를 보완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교육 자료에서조차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표현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동·청소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받으면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교육자료의 성차별 표현을 개선하는 등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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