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자는 다른데 발음이 같은 상표 놓고 분쟁…법원 '유사 인정'

서울중앙지방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제품의 상표들의 외관이 다르더라도 부르는 호칭과 그에 따라 머릿속에 그려지는 관념, 이미지가 같으면 동일한 상표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1부(김경란 재판장)는 자신의 제품 상표의 등록을 무효라고 결정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A씨는 모래시계, 수영용 안면마스크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사업자다. 그는 제품들에 상하 3단으로 구성된 상표를 사용했다. 상표는 가장 위에 '세계로 수출되는 대한민국 우수상품'이라는 문구를 넣고 가운데에는 영어로 'BLACK HALL', 가장 아래에는 한글로 '블랙홀'을 썼다.이 상표에 대해 B주식회사가 자신들이 쓰는 상표와 동일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B주식회사는 모기퇴치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유명업체였다. B주식회사는 제품에 '블랙홀'과 'BLACK HOLE', 두 가지 상표를 사용했다.B회사는 "A의 상표와 우리 상표들은 표장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며 지정상품 내지 사용상품이 동일한 제품이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비춰, A는 우리의 영업상 신용 및 고객 흡인력 등의 무형적 가치에 편승해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며 B의 상표가 상표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이에 A는 "외관은 뚜렷하게 차이가 나고 A의 상표들은 사용기간, 판매량, 판매금액, 광고 기간 및 규모 등을 볼 때 국내 수요자들 사이에서 A의 상표가 널리 인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색했다. 또한 'BLACK HALL'에 대해 "한글 4음절인 '블랙호울'로 발음되기 때문에 한글 3음절인 'BLACK HOLE(블랙홀)'과는 종결어미가 다르고 호칭에 차이가 있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B회사는 특허심판원에 A의 상표에 대해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부정한 목적으로 A가 해당 상표를 사용했다"고 판단해 청구를 인용했다. A는 이에 소송을 냈다.재판부는 B회사와 특허심판원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A의 상표 3단 구성 중 가장 위에 있는 '세계로 수출되는 대한민국 우수상품' 부분에 대해 "상품의 원산지, 품질 등을 보통으로 표시하는 표장에 해당해 식별력이 없다"며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BLACK HALL'과 한글 '블랙홀'을 요부로 보고 B회사 상표와 비교해 유사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이어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영어보급수준에 비춰 'BLACK HALL'과 'BLACK HOLE'을 달리 발음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블랙홀'과 '블랙호울'을 각기 한글로 발음했을 때 차이를 구분해서 다른 영어 단어임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을 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또한 "비록 그 외관이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A의 상표가 'BLACK HALL'과 '블랙홀' 부분으로만 구매자들에게 호칭, 관념될 경우 B의 상표와 호칭 및 관념이 동일, 유사하므려 결국 동일, 유사한 표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재판부는 이외에도 B회사의 억대 모기퇴치기 매출액과 400명에 이르는 홈페이지 평균 방문자수, 주된 수요자들이 구독하는 매체에 광고한 내용 등을 종합해 상표가 대중에 널리 인식되어 있다는 B회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어 A가 광고 카탈로그와 여러 제품에 B회사 것과 완전히 동일한 'BLACK HOLE' 상표를 따로 사용했다는 점을 비춰 "A의 상표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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