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의 몰(mall)상식 육아] '그래, 여기서 고래 한번 제대로 보여주마'

<3>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편
흰고래 '벨리·벨루' 만나자 환호성…은어떼 속 '로봇 물고기'도 볼거리 전날 온라인 예매 했지만 자동발권 안 되는 점은 아쉬워 한산한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 각종 장난감 '쇼룸' 구경도 재미

▲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의 상징인 흰 고래 '벨루가'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신난 딸. 한동안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딸 옆에는 같이 신난 이름 모를 친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자연관찰책 전집을 집에 들인 이후 우리집 꼬마는 거대한 물고기만 보면 무조건 '일각고래'라 부른다. 아이 입에서 이 단어를 처음 들은 건 할머니가 찍어준 동영상에서였다. 시골 외갓집에 놀러갔던 아이가 수족관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통에 할아버지는 충북 단양에 있는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에 데려갔다. 터널형 수족관 안에서 아이는 "와~ 일각고래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한낱 '덩치 큰 잉어'(로 추정되는 물고기)를 보고 고래라니.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제주도 아쿠아리움은 물론 여의도 63시티 아쿠아리움까지 진도를 뗐지만 생후 3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라 기억이 날리 만무했다. 그래, 고래 한번 제대로 보여주마.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로 향했다. 이곳 아쿠아리움의 상징은 '벨루가'. 흰고래를 뜻하는 벨루가는 일각고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스마트폰으로 벨루가 사진을 보여주니 아이의 외출 준비 시간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오전 10시 반 도착. 오픈 30분만에 이미 매표소는 만원이었다. 티켓 판매소 뿐만 아니라 자동발권기 앞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롯데월드 앱이 아닌 다른 온라인쇼핑몰에서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동발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었다. 전날 가격 비교를 해가며 7만원짜리 세 가족 할인권을 찾아 예매한 보람도 없이 남편은 20분 동안 줄을 섰다. 그 동안 나와 아이는 초딩(초등학생) 160명이 단체 입장하는 어마무시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우리집 꼬마와 남편이 홈볼트 펭귄을 관찰하고 있다. 딸은 외출만 하면 '아빠 껌딱지'가 된다.

남편이 티켓을 들고 오자마자 우리 부부는 아이를 안고 일단 뛰었다. 역시나 입구 쪽 '한국의 강' 코너에만 바글바글 할 뿐 뒤로 갈수록 아직 한산했다. 여기 온 목적은 단 하나. 벨루가를 만나는 것이었다. 녀석들이 있는 수족관에 보이자 딸은 "벨루가~ 벨루가~"를 불러 대기 시작했다.11살 벨리와 7살 벨라가 거대한 수족관에서 수직 하강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세 가족의 탄성이 동시에 터졌다. 어른 남성 키 2배를 훌쩍 뛰어넘는 흰 고래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몸을 둥글게 말고 돌거나 우리와 눈을 마주쳐주며 헤엄치자 그 몸짓에 따라 아이의 고개도 자동으로 움직였다. 외출하면 10분 이상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했던 딸도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 한참을 떨어질 줄 몰랐다. 아쿠아리움의 볼거리가 벨루가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로봇 물고기. 시커먼 은어떼 위로 영롱한 빛을 내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멀리서 봤을 땐 로봇 물고기라고 생각도 못하고 깜짝 놀랐다. "4차 산업시대엔 아쿠아리움에도 로봇 하나 쯤은 있어야 하나보다. 고개만 까딱 인사라도 하면 훨씬 인기 있을텐데"라며 궁시렁 대다보니 어느새 꼬마는 물고기 체험장에 들어가 손을 넣어 휘젓고 있었다. 문득 디즈니 에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니모를 찾아서'의 후속편)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바글바글 대는 아이들의 손을 피해 잽싸게 도망 다녔던 도리와 친구들. 붕어와 불가사리를 더 만지고 싶다며 우는 아이를 번쩍 안고 아쿠아리움을 빠져나왔다. ('눈물 뚝'의 대가는 1만8000원짜리 벨루가 인형이었지만, 물고기야 너희들만 괜찮다면)

▲롯데월드몰 내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바비 쇼룸에 전시돼 있던 바비 인형들과 소품들. 어른들도 '눈 돌아갈 만큼' 흥미로운 장난감들이 많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맞은편에 롯데마트에서 운영하는 토이저러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법. 딸은 이미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곳 토이저러스의 특징은 각 캐릭터별로 전용룸을 꾸며 놓았다는 것. 여자 아이들용으론 미미, 시크릿 쥬쥬, 바비, 실바니안패밀리 쇼룸이 마련돼 있었다. 어린이날 선물로 남편이 딸과 인형을 고르고 있는 사이, 나는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며 바비룸에 푹 빠져있었다. 눈으로 쓱 훑으면 열 손가락 안에 고객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쾌적했던' 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계산을 하던 찰나. '시크릿 쥬쥬 멜로디 웨딩 침실' 밑에 몰래 깔아 놨던 '흑인 바비 패션 모델 인형'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군말 없이 카드를 내미는 남편은 '키덜트'의 심리를 이해하는 남자였다.굳이 덧붙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는 '몰(mall)상식 육아' 연재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다녀왔다. 아이의 세 돌 생일 3일 전쯤 방문해 한 명 티켓 값은 빠져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화났을 뻔 했다. 무엇보다 앉아 있을 곳이 없다. 티켓 가격이 무려 성인 1명당 3만원인데도 아이를 데리고 간 부모 입장에선 "얼른 보고 빨리 내려가라"는 말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500m 상공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건 한 번 쯤 해 볼만 한 경험. 원래 목표는 오후 5시쯤 올라가 구경하다가 7시쯤 내려오는 일정으로, 낮과 밤의 서울을 모두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실패했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등산용 접이식 의자라도 챙겨가야겠다는 우스갯 소리가 절로 나왔다.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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