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세계의 아침 인사/현택훈

  우리 오늘 밤엔 세계의 아침 인사를 서로 건네 볼까 나무 자전거로 만든 집에서는 창문이 따뜻한 이불이지 마지막 인사는 세계의 아침 인사 우리 오늘 밤엔 세계의 아침 인사를 서로 건네 볼까 반나절 동안 빨래집게를 찾았는데 그새 젖은 옷이 다 말라 버린 섬에서 살았네 소파에서 잠든 참새가 따뜻해 꽉 끌어안으면 심장이 터져 사랑해서 밟아 버린 악기들 비명 같은 소리를 길게 뱉고 더는 딛을 곳 없는 곳에서 세계의 아침 인사를 할 거야 네가 부르는 노래는 모두 세계의 아침 인사 손톱 깎기 좋은 양지를 찾아다녔을 뿐인데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안부를 세계의 아침 인사로 건네 볼까 잘 지내느냐는 말을 구겨서 창밖으로 던지고 싶은 높이에 누워 잠들지 놀이터는 밤이면 훌쩍 자랐다가 낮이 되면 도로 아이가 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 네가 내게 들려준 세계의 아침 인사는 놀이터 옆을 지날 때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곤 해 이젠 잘못 탄 버스에서도 당황하지 않아 아무리 멀리 가도 섬에서 내릴 테고 바닷가 따라 걸으면 다시 장미 커텐 앞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세계의 아침 인사를 듣겠지 세계의 아침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인사를 하자. 새해에는 인사를 하자. 새해 인사를 하자. 새해니까, 새 마음으로 인사를 하자. 처음인 듯 인사를 하자. 첫인사를 하자. 옆집 할머니에게도 인사하고, 밤새 콩콩거리던 위층 아이에게도 인사를 하자. 다정하게 새해 인사를 하자. 쌓이기 시작한 눈에게도 인사를 하고, 눈길을 사뿐사뿐 걷고 있는 고양이에게도 인사를 하자. 이번 생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인사하자. 고드름에게도 인사를 하자. 고드름을 떠나고 있는 물방울들에게도 인사를 하자. 마지막인 듯 마음을 다해 인사하자. 내일도 인사를 하자. 오늘처럼, 새해 첫날처럼 자꾸 인사를 하자.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매번 새해 인사처럼 인사를 하자. 그렇게 인사를 하자.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첫인사를 하자.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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