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가 왜 그러냐'…추석 가족 간 성차별 이제 그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대학생 강모(22·여)씨는 추석 연휴만 되면 입맛이 없고 한숨만 나온다. 큰아버지의 가족 간 성차별 때문이다. 강씨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음식준비는 물론 뒷정리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 강씨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중 부엌일을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며 “똑같이 쉬고 있던 사촌오빠들에겐 아무 말을 하지 않아 서운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가족이 다함께 즐거워야 할 추석이지만 누군가는 가족 내 성차별로 인해 명절이 스트레스다. 특히,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남녀 간 성차별이 추석 등 명절 때는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직장인 이모(31·여)씨는 최근 성묘 음식과 차례용품 준비 등과 관련해 친척들과 다퉜다. 친척들과 함께 1박2일 일정의 성묫길에 올랐는데, 남성들은 점심부터 술을 마시며 여성들에게 음식을 비롯한 각종 용품 구매 등 온갖 일을 다 맡겼다. 이씨는 “벌초는 업체에 맡겼고 운전도 여자들이 다 했다”며 “그럼에도 ‘음식은 여자들이 좀 해라’라며 여자에게 당연하듯 일을 시켜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명절 연휴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것 외에도 외모 등 고정관념에 대한 지적도 여성들에겐 큰 스트레스다.직장인 김모(30·여)씨는 명절 때면 친척 어른들이 쏟아내는 잔소리에 골머리다. 친척들은 김씨에게 “여자 방 꼴이 이게 뭐냐, 어느 남자가 데려 가겠냐” “좋은 남자 만나서 빨리 시집가는 게 효도하는 거다” 등의 말을 쏟아낸다. 김씨는 “나이가 조금씩 차다보니 최근에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빨리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라고 언젠간 꼭 말할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달 28일 여성 1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족 관계 속 성차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사례 4563건을 살펴본 결과 ‘가족관계(23%)’가 가장 많았고 ‘운전 및 대중교통 이용(15%)’, ‘학교생활(14%)’이 뒤를 이었다.가족관계 성차별 사례 중에서는 ‘가사·돌봄노동 강요’가 379건(34%)으로 가장 많았다. 집안일 다음으로는 '통금과 규제(191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외모지적(180건)‘ 순이었다. 또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도 이 같은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응답이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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