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산업현장]완충재없는 親노동정책…결국 일자리에 악영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와 여당의 친(親)노동정책 기류가 산업계 전반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하반기 노동관련 주요 법 개정안에 경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로 다루게 될 법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시간은 줄이고 인건비 부담은 높이는 대신 안전규제는 강화하는 쪽으로 정해졌다. 경영계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투자 감소를 초래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자리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하반기 환노위 쟁점법안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산업안전 대책 마련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미 고용노동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준비되고 있다.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한 최저임금 관련 제도 개선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선을 언급했다.-당정 주도 환노위 親노동법 강행처리 가능성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환노위의 하반기 입법활동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쟁점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논의한 바 있어 처리과정이 주목된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 것이 예상돼 다수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가 모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경총은 현재 환노위에 계류된 법안에는 기업 인력운용상 부담을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신중한 논의 없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와 투자 감소를 초래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자리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정책과 법안 발표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는 시기이므로 좌우를 두루 살피는 균형 잡힌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수많은 계류 법안 중 화두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다. 오래전부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은 공감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여야의 주장이 엇갈려왔다.지난 3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근로시간 단축에 정무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고, 이를 기점으로 세부 쟁점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자료=경총]

-근로시간단축 총론엔 공감하자 완충방안 필요 반면에 2015년 '9. 15 노사정 합의'에서는 심도 깊은 논의 끝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현재 환노위에서는 이러한 완충방안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검토되고 있다. 노사가 의견접근을 보았던 근로시간 단축의 단계적 시행, 특별연장근로 허용,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은 근로시간 단축을 연착륙 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노선버스 교통사고로 촉발된 근로시간 특례업종 정비 논의도 함께 진행된다. 현행 26개 업종을 10개 업종으로 줄이는 노사정 합의에서 나아가, 남은 10개 업종 중에서도 더 제외할 업종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법안 심사에 앞서 실태조사가 선행된다고는 하지만 특례업종 축소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해 법안 통과에 따른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비정규직 관련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경영계는 "정규직ㆍ비정규직 격차의 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 과보호와 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려면 현행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ㆍ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하므로 입법에 앞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자료=경총]

-안전관련 규제도 필요성은 인정…도급금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생명ㆍ안전업무를 정규직화 하겠다는 법안도 논란거리다.안전사고 피해 근로자가 기간제ㆍ파견ㆍ협력업체 근로자였다는 점이 언론에 보도된 후, 생명ㆍ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산업안전사고가 기업의 생산방식이나 고용형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파견ㆍ협력업체가 더 높은 안전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산업안전 담당관계자는 "산업안전사고 예방은 고용형태의 전환이 아닌,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산업계는 특히 정부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가운데 정규직 직접고용은 안전을 담보하는 해법으로 볼 수 없으며, 안전을 이유로 한 도급 금지는 세계적으로도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지휘감독이 불가능한 상황(불법파견 논란 등)에서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산재예방 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상해고와 관련해 요건을 강화하고 우선 재고용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경영계는"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인정하는 것은 경영상해고 제도의 사문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우선 재고용 여부는 노사가 기업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원청의 책임 강화 등 수많은 이슈들이 언급되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며, 국회는 현명한 판단을 해줘야 한다. 앞으로 재개될 노사정 대화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가 신중하고 균형 잡힌 입법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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