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혁신 앞세워 '칼퇴' 외치는 김일주의 워라밸…퇴근 안하면 불호령

업계 최초 조기퇴근 '힐링데이' 도입…금요일엔 오후 2시 퇴근남아 있으면 김 대표의 '불호령'…경위성 작성도'어린이집 설립' 계획도 추진…글로벌 본사도 '오케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내부 직원 만족 없이 외부 고객 만족도 없습니다." '힐링데이'를 도입해 업계 부러움과 시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WGSK)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워라밸'(work&life balanced·일과 생활의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WGSK는 세계 1위 싱글몰트 위스키, 세계 3대 스카치위스키 생산업체인 영국 스코틀랜드 월리엄그랜트앤선즈의 한국지사다. 전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한국은 업소 비즈니스가 90%, 가정용 소비가 10%인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이에 현장 업무 강도가 세고 귀가가 늦어지는 업무 특수성을 갖고 있다. 위스키 영업사원들에게 '칼퇴근'은 먼나라 이야기나 다름 없다. 그런데 김 사장은 이 같은 위스키업계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위스키업체의 업무 특수성도 살리면서 직원들의 '워라밸'을 극대화하기 위한 힐링데이를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업무 특수성상 월요일부터 금요일 점심까지는 열정적으로 업무를 하고, 금요일 오후부터는 휴가 분위기로 돌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모든 직원들은 무조건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무조건 퇴근을 하고 각자 '힐링데이' 를 즐겨야 한다. 장기화된 주류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돼 그야말로 '영업 전쟁'을 펼치고 있는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다소 의아함을 자아내는 '복지 혁신'이었다. 이 같은 조기퇴근제도 도입은 업계 최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영업현장에서 뛰느라, 9시 귀가도 쉽지 않아 힘의 원천이 되는 가족의 품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혁신'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링데이'가 도입된 이후, 초기에는 팀장들이 사무실에 머무르는 탓에 눈치가 보여 조기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고 제도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조기 퇴근 이후 학원을 다니거나 가족과 함께 쇼핑도 하고 캠핑도 가면서 직원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이 회사 맞벌이 한승훈 과장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밤 늦게 퇴근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며 "힐링데이 시행 후 금요일은 일찍 귀가 후 밀린 집안 일도 도와주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100점 짜리 아빠와 남편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금요일 오후 2시 이후에 만약 회사에 남아있으면 김 대표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특히 팀장이 이해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데도 현장에 남아 있으면 경위서 작성 등의 피곤함을 감수해야 한다.글로벌 본사에 2년간 끈질기게 요청을 해 '조기퇴근제도'를 도입한 김 대표는 최근 '어린이집 설립'도 추진중이다. 지속적으로 어린이집 설립에 대한 의견을 본사에 전달하고 있고, 긍정적인 사인도 받아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WGSK의 혁신에 대해 부러움 반 시기 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과 노조에서 WGSK의 조기퇴근제도가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며 "위스키업계에 유연한 조직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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