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車산업]'IMF 때보다 더 힘들다'...'최악 위기' 호소(종합)

22일 오전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IMF(국제통화기금)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최근 경영위기가 과거 어느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판매량 감소, 통상임금 소송 등 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몇년새 최악이라는 평가다.박 사장은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개최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라고 하며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2년 연속 판매량이 줄어든 게 위기의 시그널"이라며 "올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량이 50% 감소하고 미국에서도 소매 판매 기준 8~9% 빠졌는데 이런 것 자체가 위기로 인식될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익은 78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 급감하면서 2010년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박 사장은 "회사가 뭘 그리 잘못했나 몇날 며칠 고민을 했는데 특별히 잘못한 것 없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에 돈도 많이 주고 노동부 지침 따르며 국가 경쟁력 높이는데 이바지했는데 문구 하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는 소송 패소 시 3조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더 인건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제 걱정은 과거 소급분보다 미래분"이라며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 많은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재보다 인건비 50% 더 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계속해서 잔업을 해야 할지말지 고민하게 된다. 현대차도 고민하게 될 것이고 결국 노동시장 분란이 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불확실성이 제거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투자자도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노사정 협력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밖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생산,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인건비는 올라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결국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까지 한국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수출·생산의 삼각축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주요 생산국 중 우리나라만 2년 연속 후진했다"면서 "30년간 계속된 대립적 노사관계, 인건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자동차 산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 자동차 업체는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영업이익은 최하위"라며 "우리나라 인건비 구조가 생계보존형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매년 노조가 임금을 두고 투쟁을 하고 파업이 관행화돼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말했다.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역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노사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와 노사관계를 푸는 게 중요하다"면서 "규제는 우리나라가 가히 최고 수준이다. 환경규제, 안전규제, 소비자보호규제 등 규제가 많다보면 기업 입장에서 규제대응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 부담이 늘면 고정비가 증가하고 고정비 증가는 연구개발비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도 규제 완화와 함께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인건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면서 "인건비가 10%를 넘으면 수지가 안맞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2% 수준이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은 9% 넘지 않는다. 고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사정 모두 위기 공감한 후 어떻게 극복할까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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