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랜스젠더 복무 금지' 역풍…'마라라고보다 돈 안들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통해 성전환자 군복무 전면 금지 계획 발표"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 떠안을 수 없다" 주장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차별적 행위' 일갈실리콘밸리 CEO들 '#LetThemServe' 해시태그 붙인 글 올리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습 발표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군복무 전면 금지' 방안을 놓고 미국 사회가 또 한번 들끓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즉각 비판과 우려를 표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군대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군대 내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면서 이들의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군 장성 및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가 나오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참모진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 지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과 협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수습했지만 대통령의 '트위터 발표'를 사전에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는 지난해 10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허용됐고 올해 7월1일까지 구체적인 입대 지침도 마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고 정부는 해당 지침 검토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정부가 성 소수자에 대한 군 입대 금지 방안을 밝히자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결정은 우리나라를 지키려는 용감한 개인들에 대한 비열한 공격"이라고 일갈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싸우고, 훈련받고, 배치될 능력이 있는 군인이라면 내쫓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일침을 놨다. 미국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미국 군인 130만명 가운데 트랜스젠더 현역 군인은 2500~7000명, 예비군은 1500∼4000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을 주도한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런 조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군 복무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군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평행선을 달렸던 실리콘밸리 기업의 주요 CEO들도 이번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이 누구이든 누구나 나라에 봉사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군에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잭 도로시 트위터 CEO는 "어떤 형태의 차별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팀 쿡 애플 CEO는 "우리는 봉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다"면서 "누군가에 대한 차별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CEO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 글에 '그들을 복무하게 하라(#LetThemServe)'는 해시태그를 함께 붙이며 온라인에서 확산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 응원에 동참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샘 앨트먼은 "트랜스젠더 군인들에 드는 비용은 트럼프가 마라라고 여행을 하는 것보다 적을 것"이라며 '엄청난 비용'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책 결정과 공개 방식이 트럼프 정부의 또 다른 정치적 실책이 될 것이라며 트랜스젠더 군복무를 둘러싸고 정치·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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