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동남아시아지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라자다 그룹은 2011년 독일 벤처투자기업인 로켓 인터넷이 출범시킨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로켓 인터넷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시장을 노리기 위한 거점으로 선택한 지역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의 지리적 위치, 금융 및 서비스 산업의 발전, 고도화된 물류 인프라, 발달된 IT산업, 우수한 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로켓 인터넷의 전략은 주효했다. 라자다그룹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펀딩을 통해 6억4700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펀딩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싱가포르 정부 지주회사인 테마섹홀딩스도 참여했다. 라자다그룹은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아 싱가포르 동부 탬피니스 지역 전자상거래 물류 허브로 물류 창고를 옮겨 배송 시스템의 효율화도 꾀하고 있다.라자다그룹처럼 아시아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에 싱가포르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국가다. 경제 전문 매체 포천이 선정 500대 기업 중 약 3분의 1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사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맨앤웨이크필드의 조사에 따르면 42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지역 본부를 세워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선텍시티는 비즈니스 허브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br />
◆철저한 국가주도형 국가, 싱가포르= 지난 4월 말 방문한 싱가포르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통하는 선텍 지역은 여느 상업지구처럼 빽빽한 빌딩숲으로 이뤄져 있었다. 철저히 구획된 도시 계획에 따라 자리 잡은 고층 빌딩들은 업무 효율화에 최적화된 상태로 정렬돼 있다. 선텍 지구는 정부 주도로 철저히 계획된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와 그에 따른 메마른 정서가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선텍 지역의 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미국 교포 3세인 제임스 정은 "이곳은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상업지구로서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그러나 가끔 인공적인 면에 놀라곤 한다. 비가 온 후에도 이곳에서는 낙엽을 볼 수 없다. 비가 그치자마자 청소차를 동원해 말끔히 치워버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낙엽 청소는 싱가포르 정부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에피소드다. 싱가포르에서는 무단횡단이나 거리 흡연은 물론 창문을 열고 집 안에서 나체로 돌아다니거나 공중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을 내야 한다. 사적 영역까지 국가가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한 데에는 싱가포르의 놀라운 발전을 이끈 힘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초대 총리인 리콴유 전 총리가 취임한 1965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리 총리가 집권한 26년간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형 경제발전을 이끌었고, 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싱가포르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지리상으로 아세안 회원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남쪽인 말레이 반도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싱가포르는 위로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있고, 아래로는 인도네시아가 위치해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 무역의 요충지로 발달했다. 항구를 중심으로 국제 콘테이너 수송업 등이 발달하게 된 데는 지리적 특징이 큰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의 지리적 위치와 더불어 효율화된 물류시스템도 글로벌 기업을 매혹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물류기업 DHL이 '깊이' '범위' '방향성' 등 3가지 평가기준에 따라 교역ㆍ투자의 연결 정도를 측정한 2016년도 글로벌 연결지수(Global Connectedness Index)에서 싱가포르는 전체 140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특히 상품교역 및 외국자본에 대한 개방성과 관련된 '깊이' 부분에서 1위를 기록하며 진입 장벽이 낮고 강력한 성장 기회를 가진 나라로 평가 받았다. 싱가포르는 고도화된 금융산업의 영향으로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는 역외 국가의 투자금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아세안의 3대 투자국 중 하나인 미국은 싱가포르 소재 기업에 투자한 후 아세안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아세안 지역 내 서비스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이 싱가포르의 지주회사를 통해 아세안 국가의 서비스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5년 기준 약 1000억달러로 서비스업 총 투자의 65%에 이른다. 싱가포르에 지점을 낸 한국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금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어 업무 효율을 위해서는 이곳에 지점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이나 유럽 금융제도가 적용된 지역인 한편 영어권 국가라는 점도 투자자들을 매혹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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