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32년 유통 선진화 발자취정가·수의매매로 유통 개혁빅데이터 활용 실시간 분석산지서 영상찍어 경매 활용정부·aT 시장별 전략 추진
농산물 유통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도매시장은 정보화를 접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동도매시장 모습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985년 5월11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늘어나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농수산물 유통망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해 용산지역 재개발의 기존 시장을 옮기기 위한 목적이었다.54만㎡에 달하는 부지에 당시 돈으로 993억원 가량을 투자해 만든 이 시장은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개점 초기 하루 거래되는 농수산물 규모만 4680t으로 서울시 농수산물 전체 거래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입점 점포는 1500개에 달했으며 취급 품목도 청과물이 124종, 수산물도 98종에 달했다. 가락동 도매시장은 전국 농수산물의 물동량과 가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도매시장의 역사는 농산물 유통 근대화의 발자취다. 농어민들은 상품의 출하량과 출하 시기를 조절해 물건을 제값에 팔 수 있어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게 됐으며 소비자들은 중간 도매 과정이 줄어 값싸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시장의 역할 외에도 경매방식 도입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컸다. 전국 각지로 도매시장은 빠르게 늘어나 전국에 모두 32개 공영 도매시장이 현재 운영 중이며 산지 유통인과 도매인 등 도매시장 종사자만 1만5865명에 달한다.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원예 농산물 생산량 가운데 무려 69%가 도매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농산물 유통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취급액은 11조784억원을 기록했다.도매시장은 특히 정가·수의매매 제도 도입과 전자경매 시행 등으로 유통선진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기존 경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는 당일 수급에 따라 특정 품목을 두고 구매자 간 과잉 경쟁이 벌어지거나 그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생산자는 경매가 끝난 후에야 판매 가격을 알 수 있어 소득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만연했다.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가매매는 생산자가 농산물에 일정한 가격을 제시해 판매하는 정찰제라고 할 수 있다. 수의매매는 생산자가 구매자와 직접 가격을 흥정해 결정한다.2012년 시행 초기 8.9%에 불과하던 정가·수의매매의 비율은 2014년 10%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21.3%까지 증가했다. 도매법인을 통한 상장경매와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는 전자경매 등으로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늘어났다.
농산물 유통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도매시장은 정보화를 접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동도매시장 모습
특히 최근 ICT 시대에 맞춰 도매시장에 정보화를 접목시키는 새로운 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거래가 적은 지방의 경우 경영관리시스템이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이에 정부와 aT는 '빅데이터' 개념을 도입해 전체 도매시장 유통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격불안정 징후를 조기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통 물류를 효율화할 수 있는 이미지 경매도 주목된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영상으로 찍으면 이 화면을 보고 경매를 하는 방식이다. 다만 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 도입 등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aT 관계자는 “도매시장법인이 실질적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업의 성과 도출에 한계가 있다”면서 “저비용·고효율의 유통경로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별 맞춤형 발전 전략과 혜택 제공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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