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요국 가계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발간 "세계화·기술발전, 일자리 증가 한계…가계불안, 금융·정치 불안 이어질수도"
자료:한국은행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하고 일자리의 양과 질이 악화되면서 가계상황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로 원리금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것 역시 가계상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21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주요국 가계의 특징과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화, 기술발전 등 글로벌 수준의 트렌드가 소득, 일자리 등 가계경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글로벌 공급체인의 등장과 기술진보 등으로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계소득과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의 양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계 위상과 소득의 비중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현진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주요국 가계는 소득, 일자리, 자산여건 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사회안전망도 재정악화 등으로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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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계소득은 증가추세가 둔화되면서 그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저성장이 장기 지속되면서 기업소득 증가율을 하회하는 중이다. 세계화, 기술발전 등으로 노동소득분배율도 하락했다. 1991~2014년 중 경제규모 상위 50개국중 29개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고, 이들은 전세계 국내총소득(GDP)의 3분의2를 차지했다. 소득상위 1%가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득비중도 대체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소득격차는 확대됐다. 일자리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양호하지만 양과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미국의 1년 이상 장기실업자는 2000년 34만5000명에서 2015년 154만7000명으로 늘었다. 청년의 실업률이 전체의 2배로 고용률도 낮아져 미래의 글로벌 가계경제도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우려된다. 특히 기술의 진보로 일자리 감소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10~20년 동안 미국 고용의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확률이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건비 감소폭이 전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는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한국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자산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채는 증가해 원리금 상환부담은 늘고 있다. 보유자산 기준 상위 5%의 자산보유 비중은 2010년 70.2%에서 2016년 77.7%로 7.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하위 70%의 자산보유 비중은 같은 기간 2.8%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부채와 원리금 부담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만히 감소하고는 있으나 그 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득과 일자리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사회안전망은 미흡하다. 가계 소득을 보전해줄 공적 부조 비중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복지지출을 통한 분배 개선효과도 전반적으로 약화되거나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가계경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계경제의 근간이 되는 일자리가 증가하기엔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한계가 있는데다 정부부채 증가로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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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가계 경제의 불안이 금융과 정치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부진을 통해 경제활력을 약화시키고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게 되면 대출의 질이 저하되고 자산 가격에 편승한 레버리지 행태가 만연해 질 수 있다. 또 복지지출의 무분별한 확대를 주장하는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각국은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층 감세 등 소득 보장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 비정규직 고착화를 막기 위해 소득 불안과 노동력 과소 활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핀란드, 네덜란드 일부 지방정부 등에서는 기본소득 등 새로운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이현진 과장은 "주요국들은 가계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경기회복에 노력하는 한편 일부국가에서는 사회안전망 강화, 최저임금 인상, 기본소득 도입 등도 추진 중"이라며 "가계부문은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만큼 다양한 정책적 노력의 효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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