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모임 통해 인생2막 열었어요'

금천구, 1인 가구 저소득층 40~60대 남성 대상 자조모임 운영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사람들 만나는 게 훨씬 낫죠."지난 18일 오후 4시 서울 금천구 독산3동 한 주택가에서 만난 '돌진사' 멤버 이수원(64)씨의 말이다. 이씨는 이날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해 독거노인 가정의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는 봉사활동 중이었다. 그는 "돌진사 활동이라도 안 하면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고 얘기했다. 돌진사는 '돌아온 진짜 사나이'의 줄임말로 집에만 머물러 있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돌진사 구성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40~60대 남성들이다. 그리고 1인 가구다. 금천구는 고독사의 주 대상인 40~6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금천구의 1인 가구는 4만194가구로 전체 가구 10만1744가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중에서도 40~50대는 38.7%(1만5569가구)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에 60대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난다. 돌진사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서울 도심 관광에 나선다. 대부분 혼자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씨는 "14살 때부터 서울에 올라와서 살고 있지만 경복궁, 남산타워 등은 돌진사를 통해 처음 가봤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말에는 바다낚시를 하러 간다.

17일 서울 금천구 독산3동 한 주택가에서 '돌진사' 멤버들이 방충망 설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날도 많다. 방충망이나 암막 커튼 설치 등 집수리 봉사활동을 할 땐 전문가에게 기술을 배워서 한다. 자주하다보니 이제는 제법 전문가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요리사로 일했던 정성기(61)씨는 젊은 시절의 경험을 살려 요리를 강습한 뒤 이웃 주민들과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던 적도 있다.지금은 잘 모이지만 처음에 집 밖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정씨는 "모르는 사람들과 섞이는 게 힘들어서 처음엔 정말 고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지금은 "마음을 먹고 한 번 두 번 나오다보니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보람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가장 최근 돌진사에 들어온 한용윤(58)씨 또한 "복지플래너가 나오라고 해서 나왔지만 말동무가 생겨서 좋다"고 얘기했다. 모임은 대체로 1주일에 한 번 정도지만 이번 달에는 벌써 네 번이나 모였다. 이날 저녁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독산3동 가족노래자랑'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친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 이들은 참가곡 '안동역'을 부르면서 서로의 눈을 맞췄다. 한씨는 "우리가 가수도 아닌데 잘 부르는 것보단 함께 즐겁게 부르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모임에 꼬박꼬박 나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7일 저녁 서울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에서 '돌진사' 멤버들이 가족노래자랑에 참가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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