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이 18일 은퇴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은퇴하는 순간. 그려지는 선수들의 모습은 다 다르다. 눈물은 꼭 있다. 주희정(40)은 유독 많았다. 20년 프로 생활,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한, 길게는 29년의 농구 인생. 그 세월의 무게가 그대로 보였다.주희정은 18일 KBL센터에서 은퇴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밤새 적어온 쪽지를 읽어내려갔다. 목메고 눈물이 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그를 울린 것은 가족이었다.주희정은 "은퇴를 하면 아내에게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 주희정은 죽을 때까지 농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일 것 같다"고 했다.아이들을 생각하자 또 눈물이 흘렀다. 주희정은 마이크를 내리고 잠시 "죄송합니다"라고 숨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정규리그가 끝나고 나서 첫째, 둘째 아이와 약속한 것이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장 가슴이 아픈 것 같다. 두 아이가 '일년 만 더 선수로 뛰면 안되겠느냐'고 묻더라.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해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그의 농구인생에서 할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주희정은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의 지병에 필요한 약을 사기 위해 고려대 2학년 때 중퇴, 프로무대에 뛰어들기도 했다. 주희정은 "죽을 때가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 할머니를 늘 생각한다. 경기할 때마다 이기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 자리에 있으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매일매일 보고 싶다. 나는 할머니께 늘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사람은 하늘나라로 가기 때문에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 곁으로 가면 그때는 꼭 잘해드리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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