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갈등 격화…당권 놓고 '진흙탕 싸움'(종합2보)

한국당, 세력간 대선 패배 관련 '책임 공방' 벌여…'새 원내지도부 구성해야' 주장도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전 대선후보(앞줄 왼쪽)와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사진=한국당 공식홈페이지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 간 막말 공방을 벌이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친박(친박근혜)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맹비난했고, 친박 의원들은 대선 패배와 관련해 홍 전 후보와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화살을 돌렸다.◆홍준표 "친박 바퀴벌레'vs 홍문종 "낮술 드셨나"= 당권 도전이 유력시 되는 홍 전 후보는 17일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홍 전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 참 가증스럽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다음 선거때 국민들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 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사람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홍 전 후보의 직설 발언에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낮술 드셨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홍 전 후보를 향해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가 사는 게 당이 사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바퀴벌레라니 제정신인가. 낮술 드셨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분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홍 전 후보를 겨냥해 "정치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다"며 "우리 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어도 그로 인해 못했다고 하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후보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과 유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당 쇄신책 놓고 중진들 '갑론을박'=이날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 수립 이후의 최악의 보수 대참패"라며 "자유한국당을 한마디로 '후진당'으로 본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그는 "결국 대구·경북(TK) 자민련의 초라한 몰골로 귀결될 것"이라며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버려야 한다"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적 청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번 대선에 대해 "'샤이보수'가 있었던 게 아니라 보수가 우리를 쉐임(shame)했다. 쉐임보수만 남은 것"이라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번 선거가 그나마 선방했다는 듯이 이렇게 시작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정 권한대행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하며 새 원내지도부 구성을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계속 하실 건지, 아니면 당 대표에 대한 포부를 밝힐 것인지 말해야 한다"며 "이제는 행동으로 유권자에게, 국민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원내대표를 빨리 뽑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대, 당 위한 건강한 논쟁 없다면 한국당 고립될 것"= 홍 전 후보는 이날 정 권한대행 중심의 현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인 김진태, 윤상현, 김태흠 의원도 대선 패배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며 정 권한대행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홍 전 후보는 "대선 같은 큰 행사를 치렀으면 당을 새롭게 하기위해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사퇴 이야기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며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당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 권한대행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선거에서 진 후보는 자중하거나 정계 은퇴하는 게 통상적이었다"며 "대선에 낙선한 사람이 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당내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쇄신과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을 쥐기 위해 세력이 갈려 서로 치고받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홍 전 후보가 당에 복귀하면 친박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후보 측 관계자는 "개혁을 하려면 적절한 형태의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던 사람들, 소위 '양박(양아치 친박)'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후보는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신보수주의'를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친박계의 계속되는 견제와 대선 패배 책임론, 그리고 '원외대표가 제1야당을 이끌어가기엔 부적절하다' 등의 당내 여론이 존재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친박과 탄핵 찬성파가 복권을 한 상황에서 한국당 내 다양한 세력들이 당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 건강한 논쟁이 가능한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그는 "상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발언권을 막아버리면 앞으로 한국당은 완전 고립될지도 모른다. 여러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문채석 수습기자 chaes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