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규제로 옥죈 지주사 '재벌독주 금지'…바빠진 유통기업 '7월 전 막차'

'재벌독주' 막겠다…지주회사조건 강화 사실상 현실화 오리온·매일유업·이랜드그룹·롯데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 속도7월 '자산 요건' 강화前 지주사 전환 봇물…대주주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막차'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제19회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각 업체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문 대통령이 '재벌 독주'를 막기 위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 요건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유통업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가 잇달아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샘표식품이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데 이어 크라운해태제과가 올해 3월 초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매일유업과 오리온도 지주사 전환 작업에 한창이며, 이랜드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그룹 역시 지주사 전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정권교체 이후 지주사 요건과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시행되는 지주사 자산총계 요건 강화와도 맞물려 있단 분석이다. 또 오너들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향후 경영권 승계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현행 200%),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 요건(현행 상장 20%·비상장 40%) 강화 △우회출자를 통한 편법적인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등을 제시했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를 방지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혀왔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체제 확립은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을 근절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핵심 중 하나다.문 대통령의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 통과 공약도 유통·식품업체들의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상법개정안은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으로, 소액주주권 강화와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시 신설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오는 7월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높아지는 것도 큰 압박이다.따라서 유통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경제민주화, 상법개정안 통과가 맞물리는 7월에 앞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과 오리온은 지주사 체제 전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오리온은 6월까지 투자사업과 식품사업을 나눠 인적분할 실시를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자회사 지분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사업과 음식료의 제조·가공·판매 등을 담당하는 식품부문으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분할된 존속회사는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매일유업은 자사를 지주회사 부문과 유가공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김정완·김선희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정완 회장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김정완 회장은 자회사 지분 관리와 투자를 맡는 매일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김선희 사장은 유가공 제품개발과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신설 매일유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이랜드그룹도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이랜드월드 손자회사 이랜드파크를 자회사로 올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시기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직후다.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내년으로 계획돼있는 만큼 경제민주화법 개정의 영향을 받아 앞서 체제 전환을 마무리한 업체에 비해 조건이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롯데제과 중심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발을 내딛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 롯데제과 중심으로 다시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지주사 전환 자금 마련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지주사 전환까지 험로는 불기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던 회사들이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법개정안과 법인세개정안 통과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현재 전환준비 중인 업체는 7월전까지 조속히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업체는 법 개정 등을 살핀 이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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