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산법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관련 비용을 10억 달러(1조1300억원)로 추산하면서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의 주한미군에 대한 셈법은 대선후보시절부터 부각되어 왔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동맹의 미국 착취론'까지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냉전의 유물'로 규정한 트럼프는 한국, 일본 등과 맺고 있는 상호방위조약도 다시 조정해 방위비 분담금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일본 등과 함께 한국을 지목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해 주는데도 한국은 쥐꼬리만큼의 방위비만 낸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50%라고?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방위비 전액 부담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결국 방위비분담금 추가 요구하나= 국방부는 즉각 입장자료를 통해 "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ㆍ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가 제시한 SOFA규정은 시설과 구역, 경비와 유지비에 대한 조항을 담은 제 5조다. SOFA 제5조에는 '미측은 한측에게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한다'(제1항)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한측은 미측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사드비용=미군 부담'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추후 있을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인상 압박에 나설 것이란 평가다. NATO를 '무용지물'로 부르며 먼저 압박한 뒤에 나토 28개 회원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고는 "더는 무용지물이 아니다"라고 한 대목도 비슷한 패턴이다.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 2014년 이뤄진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동돼 협정이 만료되는 2018년이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방위비 분담 협정을 새로 시작하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방위비 분담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최악의 경우 미군 철수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1976년 6월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이후 자칫 한반도가 대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우려마저 제기된다.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등을 놓고 한미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의 일정부분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주한미군 철수가 고려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한반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북한이 진전된 핵 무력을 빌미로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경우 북미 관계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대북 제재ㆍ압박이 순식간에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사업적 전략계산서 꺼냈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비용에 대한 언급을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생을 '비즈니스맨'으로 살아온 만큼 국가경영을 사업전략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대통령의 사업전략은 그의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바로 30년 전에 출간한 '거래의 기술' 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사업 수칙으로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행동하라' 등을 제시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다.이런 사업가적 전략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기간에 시리아를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을 가했다. 정상회담에 앞서서는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내놓은 데 이어 실제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음으로 보여주는 협상방식이라는 것이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 등이 미국의 농업과 일자리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하며 나프타(NAFTAㆍ북미자유무역협정)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미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미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한국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rattle)'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동맹'의 진짜 의도 파악에 온종일 분주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발언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한국의 대선 판도를 덜커덕거리게 할 수 있다(jolt its presidential race)"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각 진영의 반응을 전달했다.미 국회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과격한' 대북 발언을 겨냥해 "그런 것들은 올바른 말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완전히 잘못'(all wrong)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북한에 관해 얘기하는것을 보면 (위험한) '불장난'(playing with fire)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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