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新정부 정책제안 키워드…기득권 vs 혁신 vs 일자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상의가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상의가 전달한 경제계 제언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박병원)가 24일부터 일자리전성시대를 키워드로 한 '신정부에 바란다. 경영계 정책건의서'를 각 정당 대선후보에 전달한다.이에 따라 5·9 대선을 보름 앞두고 경제5단체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외한 경제4단체의 주요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마무리됐으며 이들 단체가 마련한 정책건의서는 이번주 내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등에 모두 전달된다. 경제단체들이 정책제언문이나 정책건의서를 만든 이유는 이번 19대 대선이 이전과 달리 인수위 없이 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각 단체의 민원을 건의해온 관행을 벗어나 경제상황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같이 나누자는 취지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3월 23일'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 책자를 보고 있다.

-상의, 떼쓰지 않고 같이 고민하자…출발은 기득권내려놓기 각 단체마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지만 해법을 두고서는 단체의 성격과 지향점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기득권 내려놓기에 방점을 찍어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의 3대 틀과 9건의 국가핵심 아젠다를 제시했다. 공정사회의 틀을 위해서는 '신뢰회복', '기업지배구조 개선',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를 건의했고, 시장경제의 틀을 재구축하기 위해 '정부역할 재정립', '혁신기반 재구축', '서비스산업 발전' 등을 주문했다. 미래번영을 위한 백년대계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교육혁신', '인구충격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의는 무엇보다 경제계가 국가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정부-정치권-경제계'간 소통과 협업의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박용만 회장은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얘기하는 것도, 절박감에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화, 누구나 지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정책, 시장경제원칙의 틀을 흔드는 투망식 해법 등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해답은 기득권 내려놓기다.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 도전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손쉽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를 반복하는 일부 기업, 성과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상시적으로 요구하는 일부 노조, 자격증을 방패삼은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부문들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무역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와 무역인과의 만남 간담회에서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으로부터 무역업계 정책제언을 받고 있다.[사진=무역협회] <br />

-무협, 무역의 틀과 엔진을 바꾸자…전방위 혁신 주문 한국무역협회는 '무역강국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제언'을 통해 ▲한국무역의 혁신 ▲보호무역주의 대응강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등을 제안했다. 무역협회는 우선 무역의 틀을 수출액에서 부가가치창출로 바꾸고 수출명품화를 위한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가치사슬의 전방(연구개발,디자인)과 후방(마케팅)을 보강하기 위해 '메이드인코리아'에서 '코리안메이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엔진도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의 융합,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 강화라는 3S업그레이드하자고 제안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통합의 허브로서 국제통상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확대함으로써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새 정부의 정책과제로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FTA 자율화 비율 확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조속한 추진,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멕시코와의 무역협정 추진, 한·영국 FTA 예비협의 추진, 한·중·일 FTA 협상 가속화를 꼽았다.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 보급을 확대하고 사물인터넷 진흥책 등의 수립이 필요하며 교육체제도 창의성 중심으로 개편하고 산학연 전문인력 협업체계 구축 역시 시급하다고 했다. 국가차원의 종합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컨트롤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과잉규제입법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국제규범과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기본법과 핀테크특별법 등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무역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와 무역인과의 만남 간담회에서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으로부터 무역업계 정책제언을 받고 있다.[사진=무역협회]

-경총, 일자리최우선 경제운용 추진…안되는게 없는 나라 건설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신정부에 바란다, 경영계 정책건의'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일자리 최우선의 경제운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총은 "'되는 게 없는 나라가 아니라 안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국민 모두의 염원과 포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건의서는 '일자리 전성시대를 열자'는 제하에 5대 핵심 정책방향으로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상생의 노사관계▲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지속가능한 사회보장ㆍ안전 시스템을 제시했다. 경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주문했다. 근로자별로 자신에 맞는 근로제공방법과 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이른바 근로조건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형 '근로계약법') 제정을 들었다. 경총은 특히 시정부가 국민 일자리 전성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을 통해 일자리 최우선의 경제운용 기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일자리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영향평가의 확대ㆍ강화로 정책 점검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법제도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4월 1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 관련 대선후보 강연회에서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으로부터 정책제언서를 받고 있다.[사진-중기중앙회]

-중기중앙회, 바른시장경제 인프라조성…중기중심 패러다임전환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5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성장→고용' '전통제조업→서비스신산업' '중앙집중→지방분권경제'로 근본적인 개혁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 중소기업부 설치 ▲ 공정거래위원회 대통령 직속 격상 ▲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담긴 '바른시장경제 정책과제'를 마련했다. 건의서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보통신, 통상, 신산업, 에너지 업무를 담당하고 그간 중복됐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사업을 중소기업부로 일괄 통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기술표준원 등의 중소기업 업무도 중소기업부로 이관하고 청와대 내 경제민주화 전담 정책비서관 신설, 공정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 등도 담겨있다. 아울러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근절' '불공정 처벌강화 및 피해구제 기금조성'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적용' 등도 포함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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