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스포츠와 관광교류를 통한 북한 변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지난 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1차전을 치를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입장할 때의 장면이다. 더구나 북한 아나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언급했다. 비슷한 시각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는 북한 애국가가 연주됐다.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북한이 영국과의 3차전에서 3-2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미중간의 날선 패권경쟁으로 동북아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남북관계도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 교류는 묘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한편에서는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스포츠와 관광을 무기로 평화공세를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더구나 최근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법들이 무더기로 통과되면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3일 가결시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색적이며, 다양한 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관광객 모집에 힘을 쏟고 있다. 예상외로 반응은 뜨겁다. 대북 제재가 강화될수록 외국 관광객의 호기심은 증가되고 있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일에는 2017 평양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벌써부터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평양을 향하고 있다. 이 대회는 매년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열리는데 1981년 첫 대회가 열렸다. 미국에서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뉴코리아 투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 마라톤 관광 예약이 이미 꽉 찬 상태"이며 "핵실험 영향으로 여행 취소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2배 가량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취소한 관광객은 없다"고 전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영국 여행사 '고려투어'도 "평양 마라톤 참가자 모집 정원은 모두 마감됐으며 곧 내년 참가자 모집도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조선 아마추어육상협회는 우승 상금을 남, 여 각각 1만 달러씩 걸었다. 지난해부터는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비디오 촬영을 허가해 줘 많은 외국인들이 평양 거리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기도 했다. 전문 선수들은 북한 당국이 왕복 비행기값과 숙식 등을 전액 부담해 준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은 북한과 단동-평양 직항로까지 개설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북한을 찾는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오는 9월에는 원산국제에어쇼를 개최한다. 해외에 있는 북한 전문여행사들은 벌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환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스포츠 분야에서의 시장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북한은 스포츠를 관광상품으로 이용해 돈도 벌고, 대외 이미지도 개선시키려 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 제재도 폐쇄적 왕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북 압박의 한 방법으로 북한의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를 막자는 주장도 나온다. 대북 제재를 스포츠로 확대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10월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입에서 나왔다. 실제 스포츠가 정치에 활용된 예는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북 제재는 북한을 고사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비정치 교류로라도 북한의 도발을 멈추도록 이끄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 교류는 서로 오가면서 남북관계 전환을 탐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관광과 스포츠 교류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이해하는 창이자, 소통의 창이기도 하다. 국제사회가 관광이나 스포츠교류 마저 막는다면 북한당국은 이를 오히려 체제 결속과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나 관광교류 활성화를 통해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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