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106. 서경미 에이프릴 대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미국, 중국에서 도소매 사업을 했지만 한국시장만 몰랐어요. 그래서 동대문 도매부터 시작했죠. 1차 목표는 '동대문=링크샵스'가 되는 거예요."호텔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서경미 에이프릴 대표는 스물한살 때 처음 패션 도ㆍ소매업에 뛰어들었다. 서 대표는 유학 시절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중국 광저우 등지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쌓았다. 좋은 상품을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고민하던 끝에 2012년 에이프릴을 창업했다. 에이프릴의 '링크샵스'는 도매업자와 소매업자 모두가 자신의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구매, 결제, 배송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서 대표는 치밀했다. 2006년부터 동대문의 도ㆍ소매업을 온라인화하는 사업모델을 고민했고 동대문 생태계를 익히기 위해 2008년부터 직접 동대문에서 도매사업을 했다.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도 동대문은 가장 온라인화가 더딘 시장이었다. 동대문은 특히 중간단계가 복잡하다. 도매업체로부터 물건을 구입하려면 중개자인 '사입삼촌'을 통해 주문ㆍ결제하고 배송을 받는다. 결제는 무조건 현금, 주문은 수기, 세금계산서는 종이로만 발급해주는 관례가 깊게 자리잡혀 있었다. 서 대표는 "2007~2008년만 해도 온라인시장이 필요없을 정도로 동대문은 장사가 잘되는 시장이었고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익히기 위해 직접 도매업을 했다"며 "동대문은 현금거래가 대부분이고 자신들만의 생태계가 견고해서 온라인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링크샵스는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소매업자가 링크샵스의 앱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매장으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 카드결제도 가능하며 전자 세금계산서도 받아볼 수 있다. 현재 링크샵스에 입점된 도매업체는 5000곳, 고객인 소매업체는 1만여곳에 달한다. 링크샵스는 통합배송과 마진 관리를 위해 동대문 내에 위치하고 직접 물건을 생산하는 도매업체만 입점시키고 있다. 수수료는 도매업체에 1%, 소매업체에 3%(국내 기준)를 받는다.서 대표는 "우리의 사업을 이해하는 사입삼촌들을 영입해서 공생하는 방법을 찾았고 이 분들이 영업, 배송을 맡아주고 있다"며 "기존에 있던 중간관계자들을 줄여 도매원가를 공개하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과 판매하려는 사람이라는 두 고객만 남겨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튼튼한 인맥이 서 대표의 무기지만 '사람' 때문에 위기에 처한 순간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링크샵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IT 서비스를 구축하는 도중 한 직원이 프로젝트를 그대로 들고 도주한 것. 서 대표는 미리 받아둔 비용을 모두 갚느라 가족의 전 재산을 털었고 직원 5명의 월급을 1년6개월 동안 지급하지 못했다. 서 대표는 "가장 열악했을 때 아이를 낳았는데 아기랑 도망칠까 생각도 했었다"며 "당시 월급을 주지 못했던 직원들에게 힘을 얻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링크샵스는 올해 중화권을 중심으로 해외 소매업체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패션 외에도 주얼리, 뷰티, 선물 분야로 카테고리를 키우고 한국의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다. 서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중국에서 '거상'들이 들어와 물건을 구매해갔지만 지금은 수천, 수만명의 웨이상들이 몰리고 동대문에 대한 정보도 많이 오픈되면서 중간 비용을 지불하려는 고객이 줄고 있다"며 "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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