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찬기자
기하영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기하영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상대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면서 양당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홍 후보는 연일 '큰집', '형님'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유 후보와 바른정당을 깎아내리고 있다. 유 후보의 발언에 대해선 무시전략을 쓰고 있다. 홍 후보는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유 후보의 '무자격자', '방탄출마' 등의 발언에 대해 "대꾸하지 않겠다"며 "우리가 큰형님인데 동생이 대든다고 해서 뭐라 할 수 있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유 후보는 보수 후보 단일화 대상에서 홍 후보를 제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대선 완주 전략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 후보는 이날 또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후보가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는 점을 언급, "대통령 자격이 없는 후보와 단일화는 생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두 후보는 각 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상반된 입장으로 돌아섰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을 후보 단일화가 아닌 복당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 후보는 한국당의 친박(친 박근혜)계 인적 청산과 대선 후보 교체 없인 단일화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기준선을 서로 제시한 셈이다.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민심을 얻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두 후보 모두 대선 승리보다 대선 이후 정치 행보를 더 고민하는 듯하다"며 "홍 후보는 풍비박산 난 집의 대장을, 유 후보는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가 되기 위해 양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이어 보수 진영이 분열되자 TK 유권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 후보가 전날 찾은 대구 서문시장의 민심도 둘로 쪼개져 있었다. 일부는 유 후보를 따라다니며 '배신자'를 외쳤고, 동행한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반면 유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이도 있었다.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 통합은커녕 후보 단일화조차 어려워졌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무성 고문도 전날 기자와 만나 두 후보의 발언 수위가 우려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대로 대선을 치르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하고, 자칫하면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08160914018167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