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간"국가주도 체제 옳지않아…무게중심 30~40대로 넘어가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자료:메디치미디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 축복이다."'리더십의 부재', '국격의 추락'…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두고 비관론이 터져나오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진단은 사뭇 다르다. 1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탄핵 수습 리더십'을 몸소 보여줬던 그의 말이기에 더욱 주목됐다. 당시 "경제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챙긴다"는 리더십을 나라 안팎에 보여줬던 그가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탄핵 정국 와중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도 이헌재 전 부총리는 고사해왔다.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 이사장을 맡아 시대적 과제를 연구하고는 있지만 이미 70대에 접어든 자신이 "어른의 입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자료:메디치미디어)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와의 대담을 묶은 이 책 역시 본래 출간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40대인 이원재 이사와 30대인 저자 황세원 희망제작소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과 함께 하며 젊은 세대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헌재 전 부총리는 "기득권으로 꽉 막힌 대한민국이 열린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무게중심이 어서 30∼40대에게로 넘어가야 한다"고 늘상 강조해왔다.그가 현 상황을 '축복'이라고 언급한 것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걸로는 얻어낼 수 없다. '국가의 변화'로만 가능한 일이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전 부총리는 "모든 문제점이 다 노출되고 더 이상 감출 게 없을 때, 기득권도 더 지킬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을 맞이하게 됐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가의 일'에 대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 경제상황 역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요인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소득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과 계층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불고 있지만 과거형 산업구조와 선단식 모델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 도약의 기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양적 성장에 비해 내실을 다지지 못했고, 질적 변화를 도모하지 못한 탓이다. 이 전부총리는 모든 것을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별 기업과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며, 국가는 이를 위해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책에서는 국가, 각종 정책, 리더십 등으로 대한민국의 진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동력을 언급했다.이 전 부총리는 2004년 신용카드 사태를 진정시킨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외환위기가 왔던 1998년 기업, 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경제위기 국면마다 단호한 해법을 제시해 아직도 '경제교과서'로 불린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