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몽니]롯데 고난의 터널 어디까지…시간이 약?

정부에 대응 요구 봇물 "구매 억제 장기화 가능성 낮아…지나친 비관 자제해야" 주장도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롯데가 결국 우리 정부에 'SOS'를 쳤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써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 일로만 걷는 모습이다.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얼마나 커지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롯데와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이 체결된 뒤 이달 들어 6일까지 중국 내 롯데마트 23곳이 무더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중국 현지 전체 롯데마트 점포는 청 99개다. 4곳 중 1곳이 보복성 제재를 당한 것이다. 영업 정지 조치 사유 대부분은 소방법, 시설법 위반이었다.영업 정지 기간은 통상적으론 한 달 정도다. 현재 중국 내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정확한 영업 재개 시점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23개점의 영업 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영업정지 중국 롯데마트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잠정 피해액도 이보다 더 불어날 전망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롯데는 정부에 사실상 '구원 요청'을 해놨다. 롯데는 지난 5일 오후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중국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참석자들은 롯데뿐 아니라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와 위축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이어 롯데가 현재 중국에서 현지인을 2만명 가까이 고용하는 등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롯데의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제공이 국가 안보 요청에 따른 것일 뿐 기업이 주도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 등을 중국 정부에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 달라고 우리 정부 국무총리실 등에 공문 형식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 등 한국 기업이 최근 수입 불합격 등 통상 부문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는 청원도 함께 제기했다.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뚜렷한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가운데 예정된 사드 배치를 무를 수 없는 정부 입장에서 뾰족한 대응 방안을 찾기는 힘들다.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앞으로 사드 부지 공여, 환경 영향 평가 등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도 바쁘다.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반발하는 것은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 미국이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그냥 미국에 끌려가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보복 사례들을 사전에 고려했다면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정부의 협상력·대응책은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메이커들의 자동차 판매량 추이

다만 '향후 제재와 분쟁이 격화해 중국 수출 관련 산업 전반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중국이 사실상 한국과의 단교(斷交) 수순을 밟고 있다'는 등 지나친 비관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한 감정을 이용한 구매 억제가 장기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중·일 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일본 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했지만 큰 틀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교역 분쟁 심화에 의한 상호 간 피해 감수가 아닌, 전략적인 압박을 통한 사드 배치의 지연 또는 철회에 있다"며 "현재 긴장 상황이 끝없이 악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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