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완판 예상했지만 영·호남 점포 20곳 매대에 그득소비자들 "비싸도 국산 산다" 반응 싸늘 정부 "더 들여라" 독려…롯데마트는 "글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롯데마트 부산 광복점에서 미국산 계란이 기존가(8490원) 대비 500원 내린 799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할인 행사에도 매대는 썰렁하다.(사진=오종탁 기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여보~이것 봐, 미'쿡'산이다." "얼른 15개짜리 국산이나 담아라~"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롯데마트 부산 광복점 계란 매대 앞에는 '하얀 계란 할인' 푯말이 등장했다. 미국산 계란이 좀처럼 팔리지 않자 나온 고육책이다.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딱 4일만 할인한다고 못박았지만 분위기로는 추가 할인이 불가피해 보였다. '계란 대란'의 해결사로 들어와 롯데마트 매대에 놓인 미국산 계란이 완판 상품은커녕 골칫덩이 재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 부진에 정부가 독려했던 미국산 계란 추가 수입 여부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31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롯데마트가 '하얀 계란'이란 상품명으로 시판해온 미국산 계란은 조기 완판 기대를 저버린 채 아직 약 4000판이나 팔리지 않고 남아있다. 롯데마트는 대한항공 화물기 편으로 수입된 미국산 계란 5만여판(약 100t)을 23일부터 한판(30개) 8490원에 판매해왔다. 24일까지 2만4000판, 25일까지 3만4000판가량이 팔려나가며 초반 인기몰이를 하자 롯데마트는 늦어도 27일께 완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섣부른 낙관이었다. 미국산 계란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쇼핑객이 늘어나는 추세, 설 대목 등 호재를 모두 비켜나가며 아직도 매대에 그득히 쌓여있다. 특히 롯데마트 본사에서 직접 판매 상황을 챙겼던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던 지방 점포들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현재 영·호남 20개 점포에만 미국산 계란이 4000여판(약 8t)가량 남아있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수도권 점포들에선 미국산 계란이 완판됐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매대를 싹쓸이했는지는 불투명하다.
30일 롯데마트 부산 광복점을 찾은 소비자가 국내산 계란 코너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재고가 남은 20개 지방 점포는 유통기한(2월25일)을 한 달여나 앞둔 상황에서 가격 할인에 나섰다. 30일 찾은 롯데마트 부산 광복점엔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산 계란을 500원 할인한 7990원에 판다는 내용의 광고판이 서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산 계란을 쇼핑카트에 담는 소비자는 드물었다. 매대엔 미국산 계란이 200판 가까이나 있었다. 오히려 개당 단가로 치면 두 배가량 비싼 15개들이 국내산 계란은 심심찮게 사라졌다. 소비자 김모(44·여)씨는 "비싸더라도 들었을 때 무겁고 더 신선할 것 같은 국내산 계란을 샀다"며 "익숙하지 않은 미국산 계란을 30개나 한꺼번에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계란을 추가로 들여올지, 초도 물량 소진 시까지만 판매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롯데마트 측에 미국산 계란을 열심히 팔고, 완판되면 추가로 입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서 주도한 미국산 계란 수입이 어느 정도 물가 안정 효과를 내는 가운데 추가 수입·판매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산 계란 재고 소진에도 애를 먹게 된 롯데마트 입장에선 추가 판매 결정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계란 매출에 대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전 국내산 계란 판매량(하루 1만~2만판)과 비교해 실적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면서도 "아직 공식 판매량 집계, 소비자 반응 분석 등이 덜 됐다. 이에 따라 추가 판매 여부도 검토하지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당연히 호주산, 스페인산 등 다른 나라 계란 판매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내산 계란 가격이 점차 내려오는 추세까지 감안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6일 기준 전국 평균 계란 한판(특란, 30개)은 일주일 전인 19일(9357원)보다 459원 내린 889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산 등 계란 수입 이후 유통업자들의 사재기 물량이 풀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부산·서울=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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