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임기자
제조공정별 5만원권 앞면(자료:한국조폐공사)
인쇄의 첫 단계인 평판인쇄 공정에서는 지폐의 앞·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면서 기본적인 바탕그림을 만들어낸다. 5만원권을 예로 들면, 신사임당의 얼굴형상과, 뒷면의 월매도를 제외한 바탕이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태극문양과 미세문자 등 유심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보안요소도 바로 이 때 들어간다. 이후 5~7일간 건조한 뒤 스크린 공정에 들어간다. 색변환잉크를 사용해 5만권은 보라색과 녹색, 1만원권과 5000원권은 녹색과 파랑색으로 숫자를 나타낸다. 이 다음에 띠 형태의 홀로그램이 부착된다.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액면숫자도 바로 이 단계에서 들어간다. 이 다음이 바로 가장 중요한 요판인쇄 과정이다. 공백으로 남았던 신사임당의 얼굴과 월매도도 바로 이 때 인쇄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요판인쇄기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폐본부에서만 볼 수 있다. 기계에 있는 오목한 인쇄판에 잉크를 넣어 강한 압력으로 용지위에 이미지를 인쇄하는데, 잉크 두께에 따라 진하기를 조절할 수 있어 수준 높은 인쇄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인쇄과정을 마친 지폐는 또 한 번 5일간의 건조과정을 거친다. 지폐가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다음에는 지폐 위 아래 기호와 번호를 인쇄하고, 지폐를 낱장으로 단재해 1000장의 관봉형태로 만드는 컷팩(cut-pack) 과정을 끝으로 완제품이 생산된다.지난 한 해 동안 화폐를 만들어 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503억원. 전년(1440억원)대비 4.4%(63억원) 증가했다. 이 중 주화(동전) 제조 비용은 537억원, 지폐는 966억 원이다. 이번 설을 앞두고 한국은행은 순발행액 기준 5조4849억원을 각 금융기관에 공급했다. 지폐 한 장을 생산하는 비용은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비공개에 부치고 있지만 1만원권의 제조비용은 장당 약 200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의 지폐를 만들어 내는데 장장 40여일간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매년 찢어지고 불에 타 폐기되는 손상화폐의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기한 손상 화폐는 총 3조1142억원 어치, 5억5000만장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손상 화폐를 모두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도 464억원이 들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