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원지(原紙) '100% 면'…총 40여일 걸려 완성된 돈 '22가지 위조방지기술' 적용…지폐 한 장 생산비용 '영업비밀'작년 화폐제조 비용 1503억원…손상 폐기된 돈 '5.5억장'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세배를 한 아이들 손에 쥐어진 빳빳한 새 돈. 신사임당과 세종대왕이 새겨진 지폐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 또 한 장의 돈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지폐의 '탄생기'는 충남 부여의 한국조폐공사 제지본부에서 시작된다. 100%면으로 구성된 화폐 원지(原紙)를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여기다. 목화 솜으로 만들어진 '돈 종이'는 처음엔 롤 상태로 공급된다. 용지는 백지상태이지만, 입체형 노출 은선과 숨은 은선, 은화 등이 삽입돼 있다. 시작 단계부터 위조를 막기 위한 기술이 구현되는 셈이다. 지폐를 면으로 만드는 건 일반 종이보다 손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오래가기 때문인데, 조폐공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페루, 인도 등에도 은행권을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지는 경북 경산 화폐제조 본부로 옮겨진다. 본격적인 화폐 제조 과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새하얀 용지에 신사임당과 세종대왕 등 형상을 새겨넣고 완전한 지폐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장장 40여일. 인쇄 공정만도 총 8단계라고 하니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바탕색을 입히고 숫자, 그림의 평판인쇄, 스크린인쇄, 요판인쇄 등 다양한 인쇄방법을 거치는 데, 각 과정별로 위조방지기술이 적용돼 완제품에는 총 22가지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제조공정별 5만원권 앞면(자료:한국조폐공사)
인쇄의 첫 단계인 평판인쇄 공정에서는 지폐의 앞·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면서 기본적인 바탕그림을 만들어낸다. 5만원권을 예로 들면, 신사임당의 얼굴형상과, 뒷면의 월매도를 제외한 바탕이 이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태극문양과 미세문자 등 유심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보안요소도 바로 이 때 들어간다. 이후 5~7일간 건조한 뒤 스크린 공정에 들어간다. 색변환잉크를 사용해 5만권은 보라색과 녹색, 1만원권과 5000원권은 녹색과 파랑색으로 숫자를 나타낸다. 이 다음에 띠 형태의 홀로그램이 부착된다.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액면숫자도 바로 이 단계에서 들어간다. 이 다음이 바로 가장 중요한 요판인쇄 과정이다. 공백으로 남았던 신사임당의 얼굴과 월매도도 바로 이 때 인쇄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요판인쇄기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폐본부에서만 볼 수 있다. 기계에 있는 오목한 인쇄판에 잉크를 넣어 강한 압력으로 용지위에 이미지를 인쇄하는데, 잉크 두께에 따라 진하기를 조절할 수 있어 수준 높은 인쇄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인쇄과정을 마친 지폐는 또 한 번 5일간의 건조과정을 거친다. 지폐가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다음에는 지폐 위 아래 기호와 번호를 인쇄하고, 지폐를 낱장으로 단재해 1000장의 관봉형태로 만드는 컷팩(cut-pack) 과정을 끝으로 완제품이 생산된다.지난 한 해 동안 화폐를 만들어 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503억원. 전년(1440억원)대비 4.4%(63억원) 증가했다. 이 중 주화(동전) 제조 비용은 537억원, 지폐는 966억 원이다. 이번 설을 앞두고 한국은행은 순발행액 기준 5조4849억원을 각 금융기관에 공급했다. 지폐 한 장을 생산하는 비용은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비공개에 부치고 있지만 1만원권의 제조비용은 장당 약 200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의 지폐를 만들어 내는데 장장 40여일간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매년 찢어지고 불에 타 폐기되는 손상화폐의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기한 손상 화폐는 총 3조1142억원 어치, 5억5000만장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손상 화폐를 모두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도 464억원이 들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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