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서 보호무역 강조…한국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정유·화학 관련주 등 업종에 따라 명암 갈릴 수도[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최동현 기자, 권성회 기자] '잔치'는 끝났나.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던 주식시장이 트럼프 취임과 함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동안 상승세가 '거품'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오전 코스피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혀왔던 자국이익주의와 보호무역 기조가 지난 20일 취임사를 통해 극적으로 강조됐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제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훔치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우리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무역전쟁'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구체화한 정책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실현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Buy American, Hire American(미국 제품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와 환율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산업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인 예가 그동안 무역흑자가 컸던 자동차 업종인데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압박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당장 1분기 중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경기 민감 업종의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미국발 공급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국제유가 추가 상승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실제 시행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업들의 실적이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컨센서스가 오르고 있어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할 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설 연휴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이용해도 좋다"는 분석이다. 김재홍 센터장은 "정유와 화학 관련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 에너지 산업 부흥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환율과 연관된 외국인의 투자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 미국달러가 급락했는데 이는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에쿼티사업본부장은 "트럼프는 어찌됐던 그가 공약한 인프라 투자나 보호무역주의 등의 정책을 집행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금리를 생각보다 빨리 올리진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약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최근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과 함께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앞으로 한국 등 신흥국에 외국인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임사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폐기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에도 일부 불똥이 튈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CIO는 "이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 나오면 수출 대형주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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