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열린 리더십ㆍ신기술로 위기 넘는다글로벌 변동성 갈수록 확대, 열린시각ㆍ지적겸손 리더십 필요14년 연속 참석 다포스포럼…올해는 기후변화 관련 세션 확대작년 세계에너지협의회장 취임, 물ㆍ식량 분야와 협력 확대 목표새로운 환경 걸맞는 선제적 기술…에너지 분야 등 리더 기업으로식량ㆍ에너지ㆍ물 부족 국가 지원, 솔라윙크 프로젝트 등 추진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리더십과 글로벌 경제의 변화,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에너지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담= 소민호 산업2부장, 정리= 김대섭 기자]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리더들은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성찰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과 구성원들의 동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다보스포럼의 리더십 세션에서 가장 방점을 찍을 수 있는 키워드라면 '소통'과 '열린 사고'를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주요 테마로 다뤘다. 리더십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경제환경의 여파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 미래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다. 김 회장의 얘기는 다보스포럼과 맥을 같이한다. 왜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을지 속내를 들어봤다.<b/>◆열린시각과 '지적 겸손'…중국의 리더십 자임=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생각하는 리더의 자세란 무엇일까. 김 회장은 필립 테틀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의 말을 들어 설명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적 겸손'이라는 것이다. 지적 겸손은 '지나친 자기확신'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을 줄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확률에 근거하고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하고 쉬운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사람들을 이끄는 입장에 있는 리더들에게는 이러한 자세를 취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닫혀있지 않은 시각과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김 회장이 다보스포럼에 14년 연속 참석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김 회장은 매년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특히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연설을 통해 '세계화'에 대한 굳은 믿음을 과시하며 리더십을 자임한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권력교체기를 맞고 있는 데다 경제 침체와 일자리 감소, 테러 확산 등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세계 경제의 리더십 공백이 생긴 틈을 시 주석이 잘 파고든 것 같다. 시 주석이 세계화를 옹호하고 미국이 보호주의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상황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극적인 반전이다. 그동안 서구 선진국들이 세계화를 강력히 추진했지만 결국 세계화를 통해 고속성장을 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실질적인 수혜국이 됐다. 세계화를 통해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신흥공업국으로 급성장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오히려 정체됐다. 김 회장은 작년 10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 이후 처음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그래서 포럼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전 세계 '기후변화'에 더욱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매년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전 주최 측인 세계경제포럼이 수백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글로벌 위기 리포트'를 발간한다. 올해 버전에서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재앙적인 자연재해가 가장 큰 위기로 손꼽혔다. 이런 인식에 기초해서 주최 측이 기후변화 관련 세션을 20개 넘게 준비했다. 이번 포럼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전 세계적 책임과 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또 이제는 지난해 말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국가별로 자발적 감축안 이행과 모니터링, 나아가서 세계기상기구(IPCC)가 궁극적 목표로 삼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혜안을 모아야 할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오른쪽)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각국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b/>◆기후변화와 선제적 대응…'상생방법' 모색= 김 회장은 이에 에너지 분야 국제기구와 단체, 기업 대표들과 폭넓게 만났다. WEC 회장 임기 동안 두 가지 목표를 이뤄나갈 계획이다. 그 첫 번째는 '기술로의 회귀'다. 1, 2차 산업혁명은 모두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등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맞는 기술이 부각되는 시기다. 과학기술자들을 발굴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투자자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 연관 분야인 물과 식량 분야와의 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에너지와 물, 식량 분야는 그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분야의 변화가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준다.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라는 전 세계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생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WEC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을까. 김 회장은 "1999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의 기업인자문위원회 위원과 기후변화 이슈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당시 에너지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시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관점에서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시기에 WEC로부터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부회장직을 제안받아 기꺼운 마음으로 수락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5년부터 6년간 WEC의 아시아태평양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이후에는 공동의장을 맡았다. WEC는 1923년 영국 런던에서 공식 설립됐다. 각 국가의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학계, 그리고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국제민간에너지 기구다. 현재 93개 국가의 회원국 위원회가 가입돼 있으며 회원조직수는 3000개에 이른다. 에너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관련 업에 천착 중인 김 회장에게 그룹의 발전 방향은 분명해보인다. 그는 "'솔라윈 프로젝트'를 통해 보유한 기술로 에너지 피라미드의 최하위층에 놓인 사람들에게 식량, 에너지, 물을 지속 가능하고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와 물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사업인 '솔라윙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무인도에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공기 중 수분을 포집해 식수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남해 쪽 무인도를 사들여 설계까지 마쳤으며 큰 문제가 없다면 올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 시대를 극복하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빛을 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b/>◆ 김영훈 회장은…"공익이 최고 수익 모델"= 김 회장은 평소 '공익이 최상의 수익모델'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을 맡아 전 세계적인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활동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기업과 글로벌 기구 운영을 동시에 한다는 건 물리적, 체력적 제약이 많아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생각했다면 지난 10여년간 WEC에서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에 시간과 체력을 쏟고 있다. 공익의 관점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대성그룹은 2003년부터 국가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은 국가들에 식량, 에너지, 물 부족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태양광ㆍ풍력 복합발전 시스템인 '솔라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몽골,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등의 국가에 솔라윈을 설치했다. WEC에서 한국인이 회장직에 오른 건 김 회장이 처음이다.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다. 김 회장은 93개 국가, 회원조직수 3000개에 이르는 글로벌 기구의 수장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지만 소탈한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 대성그룹 임직원들에게 김 회장은 소탈하고 친근한 리더로 통한다. 회의 시간에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라면을 끓여 나눠 먹을 만큼 부드러운 이미지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대구 출신이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법학ㆍ경영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제학 청강생,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00년부터 대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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