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입사 5개월만에 육아휴직男, 접니다'

롯데그룹 '남성직원 육아휴직 1개월 의무화' 적용정찬대 롯데자산개발 리테일 영업팀 사원"보수적 이미지있던 회사, 변화에 감사"

정찬대 롯데자산개발 리테일 영업팀 사원<br />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회사에 출근한지 반년도 안 된 남자 신입사원이 육아휴직에 돌입했다.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그는 팀에서 막내다. 인사팀에서는 준비 서류와 절차를 세세하게 전하면서도 "천천히 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공문, 절차보다 직원 편의가 먼저라 상황이 허락할 때 휴직계를 내면 된다. 스웨덴 어느 기업에서 찾은 사례가 아니다. 국내, 그것도 직원들에게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롯데그룹에서의 일이다. 주인공은 롯데자산개발(롯데몰 은평점) 리테일 영업팀 소속의 정찬대(27) 사원. 그는 지난 13일 아들 대만이(태명)가 태어난 직후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작년 8월 입사한 뒤 5개월 만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아빠 훈련을 받고 있다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연말 롯데그룹이 처음 남직원 의무 육아휴직제를 발표했을 때만해도 정 사원은 '반신반의' 상태였다. "그룹에서 휴직제를 시행할거라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 '과연 될까' 하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예요. 알고는 있었는데 아내가 출산하고 진짜 휴직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얼떨떨했죠. 대표이사님이나 점장님, 팀원들 누구 하나 눈치주는 분위기 없이 축하해주시더라고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롯데그룹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한 후 18일 현재 의무화 대상자(1월1일 이후 출산)는 정 사원을 포함해 세 명 뿐이다. 스스로는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네가 눈치보지 않고 다녀와야 분위기가 조성되고, 회사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신입사원이라 중요한 업무를 도맡아 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없으면 팀원들에게 업무가 쏠리니 부담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편한 마음으로 제도를 누리고 있네요."정 사원은 한 달간 휴직 후 다음 달 중순 복직할 계획이다. 그룹과 세간에서 관심을 가질 때 더 쉬다오라는 농담 섞인 조언도 있었지만 외벌이인 상황을 고려해 그렇게 결정했다. 한 달 휴직기간 월급은 평상시와 똑같이 지급된다. 관련 제도는 아직 한참 정비중이다. 사실 휴직계가 제출된 뒤 휴직에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출산으로 여유가 없을 정 사원의 상황을 고려해 인사팀에서는 "상황이 좀 익숙해지면 회사에 잠시 방문해 서류 작성을 진행하자"고 전했다. 정 사원과 같은 사례가 쌓이고 쌓여 직원 편의를 최대한 맞춘 세부 제도가 마련될 예정이다. 다소 낯간지러운 얘기가 될 수 있지만, 그는 "입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최근 했다. 롯데그룹이 안팎으로 어수선하지만, 변화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애사심이라는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면서 "외부의 의혹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스스로 바꿔나가려는 회사의 모습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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