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폭풍] 알맹이 빠진 기자회견, 월가는 '비명'

▲첫 기자회견에서 연설중 숨을 고르는 트럼프 당선자. (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 이후 미국과 국제금융시장의 평가는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트럼프가 기대했던 규제완화 및 경기부양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이유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9일 대선 다음 날부터 시작된 트럼프 랠리가 과도했던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본격화할 조짐이다.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장보다 63.28포인트(0.32%) 낮은 1만9891.00에 마감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4.88포인트(0.21%) 내린 2270.44에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6.16포인트(0.29%) 하락한 5547.49에 장을 끝냈다. 나스닥은 올해 첫 하락이었고 다우지수는 전인미답의 2만 포인트 앞에서 주저앉았다.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알맹이가 쏙 빠졌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규제완화, 감세,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그대로 증시에 반영됐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뉴욕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금융주들이 뉴욕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JP모건 체이스는 1%, 시티그룹은 1.2%,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은 2.4% 떨어졌다. 대형 은행들이 포함된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23% 치솟은 바 있다.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 지수는 오히려 2.49% 높아진 11.54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취임 이후 안정 보다는 시장의 혼란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의미이다.시티그룹 G10 통화 전략가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트럼프는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중국과 멕시코를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묵묵부답은 달러값도 떨어뜨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표시하는 ICE달러 지수는 0.3% 떨어진 101.66을 기록했다. 연이틀 하락세다. 반대로 유로와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입이 야기한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인 금 값을 밀어 올렸다. 이날 2월물 금가격은 달러약세의 영향을 받아 전일보다 온스당 3.20달러(0.3%) 상승한 1199.80달러에 마감했다. 7주만에 최고치다. 이날 금값은 장중 1200달러대를 넘어서기도 했다.트럼프 당선 이후 온스당 1100달러선 붕괴를 위협받던 금은 온스당 1200달러 시대를 예약하는 모습이다. 트럼프에 대한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ICBC 스탠다드은행의 톰 켄달 귀금속 전략 책임자는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피력했듯, 미국 경제정책이 현재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금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값은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장중 2.305%까지 내려가면서 6주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30년물은 지난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99%를 기록한 뒤 2.924%로 회복했다. 2년물은 전날보다 0.8%포인트 내린 1.156%에서 움직였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값은 상승한다.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급등세였던 미국 국채금리는 차기 정부의 재정확대 변수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우려와 함께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다시 내림세다. 전날 채권왕 빌 그로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6%까지 치솟을 경우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우려는 기우로 변했다. 마켓워치는 해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트럼프에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서, 이번주 금요일 발표되는 기업들의 실적과 연말 홀리데이 시즌 유통 판매 실적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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