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밥
그러나 시래기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예찬론자는 아니었다. 어릴 적 겨울이면 어머니의 단골 메뉴에는 늘 시래기가 함께 했다. 시래기된장국은 우리집 밥상에 늘 등장하는 주인공이었고 시래기 볶음은 주인공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조연이었다. 생선보다 시래기가 많은 생선조림은 한 번씩 등장하지만 영향력이 있는 특별출연쯤 되고 시래기밥은 반찬투정을 하다 야단을 맞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까메오 출연쯤 되었다. 그때는 그 시래기 맛이 싫었다. 그래서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했다. 이제 그때 어머니 나이쯤이 되니 나도 우리집 밥상에 시래기 반찬들을 자주 캐스팅하게 되었다. 그 시절 어머니는 시래기에 담긴 영양정보보다 먹을 것이 귀하고 부족해서 시래기를 밥상에 올렸을 것이지만 나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시래기를 열심히 삶고 있다. 시래기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고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기특한 식재료이다. 식이섬유뿐 아니라 칼슘, 철분, 베타카로틴성분 등이 풍부하니 건강함에 있어 겨울철 최고의 식재료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시래기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질 때 인생의 맛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글=요리연구가 이미경 (//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