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행정자치부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안전 행정ㆍ정부 인사 업무가 국민안전처ㆍ인사혁신처로 떨어져 나간 후에는 위상이 현저히 약화됐다. 행자부의 업무는 '빛이 별로 안 나는' 지방행정,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갖는 정부조직 업무, 전자정부 구축, 국가 의전 등으로 축소됐다. 특히 행자부가 최근 들어 지방분권 강화, 국민과의 소통ㆍ눈높이 행정 등 시대적 흐름을 쫓아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의 특성ㆍ대의민주주의의 한계 등으로 지방자치ㆍ분권화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주관 부처인 행자부는 오히려 지방자치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몇년새 중앙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고,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 등 정부 시책을 지방공기업 등에게 강요하는 데 앞장선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불거진 '국민의례 규정' 개정과 '출산지도' 논란은 국민과의 소통ㆍ눈높이 행정에 익숙치 못한 행자부의 구태를 보여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행자부는 이달 1일부로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7조)을 신설했다.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5ㆍ18 등 민주화운동, 제주 4ㆍ3 희생자, 세월호 희생자 등은 묵념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거냐"는 비판을 불같이 일어났다. 행자부가 뒤늦게 지난 6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행사 주최자가 불가피할 경우 묵념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문제가 된 내용의 재개정 의사를 밝히는 등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국어 이해 능력을 시험한 것이냐"는 비판은 여전하다. 간담회에서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요즘 세태가 정부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구를 이해하기 쉽게 바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임신중단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단체가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최근의 행자부 홈페이지에 개설됐다가 운영 중단된 '출산지도' 논란도 시대적 흐름에 무감각한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각 지역의 출산 관련 정보, 지자체의 지원 시책 등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저출산의 원인ㆍ대책과는 거리가 먼 '가임기 여성 숫자'까지 표시하는 바람에 여성들로부터 "여성을 출산 도구화한다"는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날 현재까지도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행자부 출신 한 전직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일반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적고, 오랫동안 정부 부처 내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기 보다는 윗선의 눈치를 보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조기 대선에 따라 각 후보들이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만들고 있을 시기에 이런 일이 터져 악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