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가동…휘청이는 경제 부활의 동력 기대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가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선저우 11호는 '창정(長征) 2호 FY11 로켓'에 탑재돼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해 10월 중국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로써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중국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우주개발에서 미국의 최대 라이벌은 중국이다. 영어권에서 중국의 우주비행사를 '타이코놋(taikonautㆍ太空人)'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주를 뜻하는 중국어 '태공'과 여행자를 뜻하는 그리스어(-naut)의 합성어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타이코놋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이후 화성 표면에도 타이코놋이 당도할 예정이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21세기 첨단기술, 그 중에서도 특히 로봇공학ㆍ항공ㆍ인공지능(AI) 분야의 혁신으로 이어졌으면 하고 바란다.중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학원 국가우주과학센터의 우지(吳季) 주임 등 전문가들 제안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의 제안은 우주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금의 세 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유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 벤처기업의 창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우 주임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이 발견한 지식에 의존해왔다"며 "중국이 경제를 살리려면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의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제13차 5개년 계획(13ㆍ5규획ㆍ2016∼2020년)'에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독창적인 성과를 올리고 첨단 우주기술 개발을 주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반도체ㆍ소프트웨어 같은 핵심 기술 부품 가운데 70%를 오는 2025년까지 자체 생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6~2030년 우주과학(지구ㆍ태양계ㆍ우주에 관한 연구)에 적어도 156억위안(약 2조65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1~2015년 중국 정부가 우주과학에 쏟아 부은 돈은 47억위안이다. 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과학 예산 56억달러(약 6조555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우주과학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정치적으로 중요하거나 당장 필요한 로켓, 군사위성, 유인우주선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 부었다.중국은 지난 1년 사이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정보를 양자광학의 기본 원리로 생성ㆍ전송ㆍ처리ㆍ저장하는 통신기술) 위성을 쏘아 올리고 암흑물질 관측 우주망원경을 건설했다. 우 주임은 "우주과학 연구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중국의 우주개발 예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NASA의 우주개발에는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NASA는 우주왕복선 운행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달 탐사 계획을 포기했다. 미국ㆍ러시아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24년 퇴역한다.중국은 2022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며 화성 탐사선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유인 우주탐사를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데니스 셰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중국이 우주개발 프로그램에서 미국보다 치밀하고 포괄적인 접근법으로 괄목할만한 경제ㆍ정치ㆍ외교적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수석 연구원은 "NASA가 달에 이미 갔다 왔지만 달 탐사 완료는 중국의 몫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우주과학 연구에 열 올리는 것은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NASA는 유인 화성 탐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주비행사 2명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에서 우주생활, 작업, 건강유지 등 우주체류 실험과 함께 우주의학, 공간과학, 공간 응용기술, 수리ㆍ유지 기술 실험도 진행한 뒤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무사 귀환했다(사진=AP연합뉴스).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온 중국 경제의 급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1~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분기도 6.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했다.블룸버그통신은 2015년 중국 국유기업들의 자산수익률(ROA)이 2.8%, 민간기업들의 경우 11%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시 주석은 싼 노동력과 부채에 의존해온 자국의 수출 모델을 바꿔놓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정부들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생명공학, 인터넷, 첨단 제조업 부문 기업들에 3조위안을 투입 중이다. 휘청거리는 중공업을 대체하기 위해서다.미 뉴욕 소재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의 '유니콘(unicornㆍ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웃도는 비상장 신생 기업) 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유니콘은 UBTECH로보틱스(優必選科技), 게놈 연구업체 i카본X, 온라인 교육업체 i튜터그룹,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에이푸스그룹 등 38개다.시 주석은 자국의 유니콘 수를 더 끌어올렸으면 하고 바란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앞으로 인터넷ㆍ정보기술(IT) 사업이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슈퍼컴퓨터, 반도체, 양자통신,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 크레디스위스의 홍콩 주재 천창화(陳昌華) 대표이사는 "중국이 지난 15년 사이 기술개발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섰다"며 "중국의 기술혁신운동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중국의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군(軍)이다. 그러나 '중국판 테슬라'를 꿈꾸는 민간기업도 존재한다. 홍콩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광치사이언스(光啓科學)는 힘을 강화해주는 외골격, 걸치면 '아이언맨'처럼 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트팩, 관광객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캡슐 개발에 한창이다.광치사이언스의 류뤄펑(劉若鵬)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기업활동ㆍ발명ㆍ연구ㆍ투자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19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ㆍ1893~1976년) 주석은 중국을 세계 세 번째 궤도위성 발사국으로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이후 우주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것이 중국과학원이다.1970년 이래 중국은 기상ㆍ재난 예보, 통신, 위성항법 위성을 100기 이상 쏘아 올렸다. 중국 최초의 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는 마오 주석 찬양가인 '둥팡훙'을 우주에 내보냈다.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핑탕(平塘)현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이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정식 가동됐다. 지름 500m의 접시형 전파망원경인 톈옌은 머나먼 은하에서 발산되는 전파를 탐지해 우주현상과 외계인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다(사진=AP신화연합뉴스).
지난해 9월 중국은 22년간의 기획 끝에 구이저우(貴州)성 핑탕(平塘)현에서 자체 제작한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을 정식 가동했다. 지름 500m의 접시형 전파망원경인 톈옌은 머나먼 은하에서 발산되는 전파를 탐지해 우주현상과 외계인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다.시 주석은 "톈옌 제작 기술과 관련해 지적재산권을 여럿 갖고 있다"며 "톈옌이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장 자크 도르댕 전 유럽우주국(ESA) 사무총장은 "우주과학 발전이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주과학은 중국 정부나 공상과학 팬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경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평했다.중국은 오는 2020년 지구의 물순환 연구용 위성도 발사할 예정이다. 위성은 토양 수분, 해수 염도, 해수 표면 증발을 측량하게 된다. 이는 홍수ㆍ기근을 예측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ㆍ유럽과 함께 추진 중인 '물 순환 관측위성(WCOM)' 프로젝트의 일환이다.중국은 베이도우위성항법시스템(北斗衛星導航系統)도 자체 개발 중이다. 이는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대항마 같은 것이다. 세계 전역을 망라할 수 있는 총 35개 위성으로 이뤄진 베이도우망(網)이 2020년까지 구축될 예정이다.베이도우는 전파간섭에 맞서 보안 수준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베이도우는 현재 남중국해에서 어선 4만여척의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30개국 이상이 베이도우를 이용 중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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