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稻) 과의 풀이 나무가 되기까지 살아온 날까지 살아갈 높이의 아찔함이었을. ---------- 한 해의 마지막에 이 시를 옮겨 적는다. 덧붙일 말은 달리 없다. 다만 당신과 나누어 읽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당신과 나누어 읽으면서, '그래, 우리, 한 해 열심히 살아왔구나' 서로 등을 토닥이고 싶었을 뿐이다. "풀이" "나무가 되기까지" 살아온 당신, 하루를 이틀 삼아 살며 꿈을 일구어 온 당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주택부금을 착실히 적립해 온 당신, 만혼에 어렵사리 낳은 아가를 곁에 두고 자꾸 웃다가 울다가 하던 당신, 그런 당신과 함께 읽고 싶었고, 그리고 그렇지 않았던 당신과도 더불어 읽고 싶었다. 우리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문득 아찔해지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수많은 "아찔함"들을 건너고 건너 지금까지 살아왔지 않느냐고, 그 힘으로 이틀 지나 새해가 밝으면 또 힘껏 살아 보자고,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온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옮겨 적는다. 참 고맙다. 당신이, 당신과 함께 살았던 한 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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