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드림매치 성사시킨 '인간의 힘'

[공포완행열차]내달 4일 개봉 '사다코 대 카야코' 만우절 농담에서 실제 영화화되기까지

사다코, 가야코! 이제 그만 화해하세요. 이미지출처 = 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동네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홍콩할매귀신이 이겨!" , "아니야, 드라큐라가 세상에서 제일 세". 어린시절 다들 한번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괴물(혹은 로봇, 귀신)은 무엇일까 하는 상상을 해보셨겠죠?이같은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음달 4일 국내 개봉하는 일본 영화 '사다코 대 카야코'가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 '링'에서 우물에 빠져 귀신이 됐다가 티비 화면으로 기어 나오는 귀신 사다코, 그리고 영화 '주온'에서 남편에게 혼외자를 낳았다는 의심을 받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뒤 귀신이 된 카야코. 기구한 운명의 두 여자 귀신은 어떤 연유로 만나게 됐을까요. 귀신들의 드림매치는 팬과, 제작자, 작가 등 콘텐츠를 제작 소비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이 합해진 결과물입니다. 이전부터 "사다코가 세냐, 카야코가 세냐"는 논쟁은 영화 팬 커뮤니티의 단골 소재였습니다만 본격적인 첫 만남의 계기는 지난 해 4월 1일 만우절에 마련됐습니다.당시 같은 해 6월에 개봉하는 영화 '주온 -더 파이널'의 홍보마케팅의 일환으로 영화 '사다코 vs 가야코 - 내년 여름 반드시 온다! 분명 (믿는 사람은) 바보"라는 가짜 사이트가 만들어졌었는데요. 그런데 이를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포영화를 주로 찍는 영화감독 시라이시 코지입니다. 그는 "만약 정말 영화화를 한다면 나에게 맡겨달라"는 트윗을 올립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됐습니다! 영화화를 위해 링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가 주온의 제작사 NBC 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주온 감독 시미즈 다카시와 링의 원작자 스즈키 코지가 함께 썼습니다. 그 결과 전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했던 재팬 호러의 아이콘, 사다코와 카야코가 한 스크린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지난 6월 일본 현지 개봉 당시 이 영화의 홍보문구가 대단했는데요. 두 귀신의 대결이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원피스의 '루피'가 만나 싸우는 것에 비견될 만하다"는 겁니다.

주원의 주인공 카야코와 아들 토시오의 단란한 한 때. (출처 = 영화 홍보 인스타그램 '카야코와 토시오의 따뜻한 부모 일기')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두 귀신의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세밀한 극적 장치를 조율합니다. 영화의 배경도 전작들과 무관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설정했죠. 기존 영화 '링'에서는 스산한 우물가를 찍은 저주 비디오를 본 이에게 괴전화가 걸려오고 일주일이 지나면 죽음을 당한다는 일종의 법칙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저주 시한이 일주일에서 48시간으로 축소됐습니다. (사다코는 세월이 지나면서 참을성이 없어진 걸까요.) 또 사다코의 원령이 깃든 비디오테이프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VHS 방식이죠. 주인공이 친구 부모님의 결혼식 테이프를 CD로 만들기 위해 중고상에게서 낡은 VHS 플레이어를 사는데 거기에 정체불명의 테이프가 들어있었다는 설정입니다. 두 귀신의 외형도 문제였습니다. 시라이시 감독은 일본매체 기즈모도재팬와의 인터뷰에서 "사다코와 가야코 모두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며, 피부가 하얗고 외형이 비슷해 차별화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는데요. 그래서 차별되는 부분은 확실히 부각시켜 둘이 한 씬에 등장했을 때 구별이 쉽게 가도록 했습니다. 사다코는 긴 스트레이트 머리에 피같은 얼룩이 별로 없는 반면, 카야코는 피부와 옷에 피가 마른 자국이 많고 머리도 헝클어지게 했죠. 또 주온에는 엄마 카야코와 아들 토시오, 두명인데, 사다코는 한 명 뿐이니 '공정한' 대결을 위해 각 귀신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데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두 귀신이 만나는 장면은 시라이시 감독이 이들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영화 예고편을 보면 귀신들은 저주받은 폐가에서 만나는데요. 영화 '주온'에서 카야코가 몸을 두팔과 두다리로 지탱한 채 '게 포즈'로 계단을 내려오는 명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집에는 이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이 준비돼 있습니다. 그리고 사다코는 일층의 계단 옆방에 있는 TV에서 슬그머니 기어나옵니다.한편 시라이시 코지 감독은 "사다코와 가야코의 싸움에 한명을 더 참전시킨다면 누굴 넣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레더 페이스(leather face)를 넣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의 산물들이 시공을 초월한 만남을 통해 일으키는 화학적 시너지를 보는 것도 나름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나도 끼워줘~!".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주인공 레더 페이스(leather face).

그런데, 이 영화는 현지에서 성공했을까요? 개봉 당시 시라이시 감독이 "이 영화가 J호러의 역사를 파괴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만, 현지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나뉩니다. "의외의 전개에 흥분했다"는 긍정적 반응과 "재미도 없고 뜬금없는 내용에 실망했다"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립니다.귀신이 혈액 주머니처럼 '퍽'하고 터지거나, 사다코가 들어가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카야코가 손으로 짓뭉개는 등 극적 효과를 위한 '물리적' 충돌이 어색하다는 평도 있구요. 어찌 됐든 팬들이 귀신들의 파이트머니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가 성패의 관건입니다. '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의 괴물이 맞붙은 영화 '프레디 대 제이슨'의 경우, 약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826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합니다.

'사다코 대 카야코' 영화 포스터.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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