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류정민·김혜민 기자]'최순실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공식수사에 앞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출국금지시키면서 재계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만 챙기는 과도기 경영에 들어갔다.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 청문회를 거치면서 이미 경영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은 상황에서 특검의 전방위 조사가 예고된 만큼 경영보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재계는 이에 따라 총수와 최고경영자가 대내외 업무를 분장하면서 현재의 시기에서 꼭 챙겨야 할 경영사안과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 조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들만 챙기고 있다. -이재용, 80억달러 하만 주총 내년 1분기 대비…비공개 해외일정도 차질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국금지 조치로 산적한 해외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전장(電裝)기업 하만 인수 계획을 밝혔지만 내년 1분기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2.3%를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가 반대를 표명하는 등 변수가 생겼다. 대만의 홍하이가 인수한 샤프가 삼성전자에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중단에 따라 내년 TV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대체 공급자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이 부회장은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에 참석하지 못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 해외출장시 공식일정보다 비공식, 비공개 일정이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출국금지의 유무형의 피해는 매우 크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미국 실리콘밸리나 인도 등 외국 방문을 통해 글로벌 경영행보를 이어갔다. 외국 정상과의 면담, 대형 인수ㆍ합병(M&A) 논의 등 중요한 일정이 적지 않지만, 특검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매출 90%는 외국에서 나오는데 해외 경영활동이 막히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1월 다보스포럼 불참유력…SK"中사업협력 확대 시급한데"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달 중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불참한다. 최 회장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룹 계열사 경영진과 다보스포럼을 찾아 글로벌 현장경영을 시작했다. 최 회장이 공을 들여온 중국사업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대(對)한국기업 무역보복에 대응해야 하지만 총수공백의 상황에 놓였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 리스크에 따른 전략 수정과 더불어 중국 국영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의 협력 강화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내세운 만큼 내년 중국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최 회장은 내년 초 예정했던 중국방문과 3월 열리는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참석도 불투명하다. SK그룹 정기 임원인사는 당초 일정보다 한주 늦어진 오는 21일 전후에 실시되는데 탄핵정국 등 불안정한 국내 상황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인사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신동빈 롯데 회장은 비자금수사로 장기간 출국금지를 당한데이어 이번에 다시 출금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롯데사업과 중국 사업의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탄핵정국에 불안한 기업들, 내년 저성장·긴축경영 불가피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국정조사 이후 건강상태가 나빠져 3세들이 대외활동을 대신한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상반기 개최해온 해외법인장회의를 올 하반기는 19,20일 양재동 사옥에서 연다. 정의선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이 참석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참석여부는 불투명하다. 정 부회장은 이어 내달 미국을 방문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과 이어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잇달아 찾아 미국 생산 및 판매법인을 방문하고 시장상황을 점검한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차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계열사 경영진과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글로벌 리더들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검 조사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탄핵정국과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여건 속에서 대내외 경영활동의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 따르면 2곳 중 1곳(49.5%)이 내년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경영'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은 '현상유지'(30.7%), '확대경영'(19.8%) 순이었다. 기업들은 국내 경기의 회복 시점을 '2019년 이후'(47.1%)로 전망했으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평균 2.3%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2.4%∼3.0%대 수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인식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그룹과 총수들은 이미 검찰조사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했고 특검조사도 받기로 했다"면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총수들에는 그룹 경영현안과 미래사업을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경영에 차질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산업부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산업부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