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늘푸름학교 현장 체험 학습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오전 9시30분 시작되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한 시간 일찍 나와 수업 내용을 예·복습한 이가 수 명이고, 개근자만 해도 35명 중 10명에 이른다. 한창 팔팔한 젊은이가 아닌 고령의 어르신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특히 입학생 35명 중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어르신들이 졸업장을 받게 돼 그 의미가 더 크다.수업에 참여한 김금섬(76)어르신은 “기역자도 잘 모르고 살다가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우고 처음으로 가족들을 위한 시를 써봤는데 말이 아닌 시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는 기분이 뭉클하고 새로웠다. 이젠 손자들에게편지도 자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늘푸름학교는 노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친교의 장이기도 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힘쓰느라 당신의 삶은 챙기지 못해 친구들과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같이 공부하고 야외활동도 하면서 우정을 쌓고 쓸쓸한 노년기를 서로간의 다독임으로 따뜻하게 채워나갔다. 전재미(81)어르신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많은 학우들, 좋은 말씀을 해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구는 내년도에도 영등포 늘푸름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12월 말경 서울시교육청의 인가를 얻은 후 내년 1월부터 수강생을 모집해 3월부터 개학한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문해기초능력 향상 및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역내 어르신 등 저학력의 비문해자들을 위해 2013년에 지역내 만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은빛생각교실’을 개설해 운영한 노력을 인정 받아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2016 초등학력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조길형 구청장은 “이제는 글자를 읽으며 혼자서 지하철도 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성인문해학습이 단순한 문해교육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의 바꾸어놓는 인생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성인문해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