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걸 칼럼]트럼프 대통령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용걸 세명대학교 총장

내년 1월20일이면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세계 경제와 안보의 중심축인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및 추진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각국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하는 '새로운 내셔널리즘'( New Nationalism. 신국가주의, 종전보다 더 강하게 자국의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 흐름)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네 나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강력한 자국중심주의를 추진하고 있다. 종전에도 모든 국가가 자국 이익을 토대로 외교, 안보 및 통상정책을 추진했지만 그래도 상호협력과 지역공동 이익을 위해 부분적으로 협상과 양보는 있었다. 앞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관행, 더 나아가 국제규칙도 무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 온 한국경제는 이제 새롭고 험난한 대외여건을 헤쳐 나가야 할 어려운 과제를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중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 가지 정책과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이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법인세,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상속·증여 관련 연방세는 폐지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의 전문 연구기관은 이 경우 연방세수가 국내총생산(GDP)의 4%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회간접자본 등 재정지출은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재정적자는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될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려 달러 강세를 낳을 것이다. 그 결과 달러 부채가 많은 남미 국가들은 부채 상환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발생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우리의 경우 상당 수준의 외화보유고가 있어 당장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지만 외환거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금리인상은 불가피하게 한국 금리인상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향후 우리 경제운용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회복 속도, 국민과 기업부담, 외환동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자율 변동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보복관세, 환율조작국 지정, 미국산 우선구매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정책이 현실화하면 상대국가도 유사한 정책을 사용해 각국이 무역분쟁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 무역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 경제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킬 경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뚜렷한 대응 방안도 찾기 어렵다. 최고의 기술이 포함된 제품이 많을 경우 이러한 무역분쟁에서 버텨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세계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단기간 내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도 쉽지 않다. 첨단기술개발 투자 확대와 민관합동으로 강력한 수출점검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산업별로 수출시장 확대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셋째,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줄여나갈 것이다. 각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을 것이다. 우리 안보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소요재원 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안보능력 강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의 조율이 필요하다. 안보 관련 부처만이 아니라 재정 관련 부처와 여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통해 실천이 담보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새해부터 트럼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뉴내셔널리즘 이 전개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 찾아야 하는 우리의 경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리더십이 갖춰질 때까지 관련 부처 장관과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세명대학교 총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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