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청언 사커월드 CEO, 축구 복합시설 부지 20곳 확보…시설 150곳 이상 확대 예정
사커월드 로고.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축구를 국가 우선사업으로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강국만 꿈 꾸는 게 아니다. 그는 현(縣)마다 축구장을 갖추고 유소년 축구학교를 열며 술집마다 축구팬들로 넘쳐나는 떠들썩한 '축구경제'도 구상했다.시 주석은 지방정부에 축구장 건설로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주거지역마다 5인제 실내축구 시설도 갖추라고 요구했다.중국의 축구 붐으로 요즘 잘 나가는 이가 중국 최대 레저용 축구 복합시설 건설 업체 사커월드(索福德體育)의 판청언(范承恩)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2008년부터 레저용 축구 복합시설을 건설해왔다.판 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마음에 드는 투자자를 택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며 많은 관계자가 자기를 먼저 찾아온다고 자랑했다.사커월드는 20개 도시에 부지 20곳을 확보해놓았다. 지금도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체 세쿼이어캐피털차이나와 사모투자 업체 차이나미디어캐피털(華人文化産業投資基金)은 올해 초반 사커월드에 투자했다.이는 잉글랜드 축구 명문 맨체스터시티와 제휴관계로 이어졌다. 차이나미디어캐피털은 지난해 맨체스터시티 지분 13%를 인수했다.사커월드는 지방정부와 계약한다. 간혹 쇼핑몰과 손잡는 경우도 있다. 낡고 관리가 허술한 축구장을 로커룸, 구내매점, 장애인 축구 경기가 가능한 인조잔디구장까지 갖춘 레저용 축구 복합시설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판 CEO는 내년 말까지 자사가 운영하는 축구 복합시설을 지금의 배인 6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2022년까지 5억위안(약 850억원)을 투자해 150개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베이징(北京) 소재 아마추어 축구클럽 차이나클럽풋볼FC(萬國群星足球俱樂部)의 창업자인 영국인 로언 사이먼스는 "시 주석이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며 "중국에서 축구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까지 적어도 한 세대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판 CEO에 따르면 레저용 축구 복합시설 활용률은 75%다. 영국의 경우 지역 리그와 맥주 판매에서 축구 복합시설의 매출이 발생한다. 한편 사커월드의 매출 가운데 반은 경기장을 빌리는 축구 동호인들로부터, 20%는 유소년 8000명이 이용하는 축구교실과 합숙훈련에서 비롯된다.
판청언 사커월드 CEO.
판 CEO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공부한 뒤 현지의 축구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 수입했다. 그는 유학 당시 영국의 축구 비즈니스 모델을 배워 중국에 소개하고자 축구 복합시설 운영업체 골스 산하 시설의 접수처 직원으로 일했다.상하이(上海)로 돌아온 그는 정치인들의 지원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정치인들과 만나려 애썼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이윽고 현지 관리들이 그의 축구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에게 돈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관리들 접대에 나섰다.판 CEO는 상하이 북부에 축구센터 두 곳을 여는 데 400만위안이나 쏟아 부었다. 곧 이어 영국 모델을 그대로 모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영국의 축구 복합시설에서는 구내매점 매출이 전체 매출 가운데 15%에 이른다. 그 가운데 맥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의 축구 동호인들에게 경기 후 뒤풀이 같은 것은 없다.중국의 축구 복합시설 매출 중 20%를 차지하는 것이 유소년 축구교실이다. 판 CEO는 시 주석의 축구 꿈나무 육성 정책과 급변하는 문화환경 덕에 유소년 축구교실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학부모들은 자식이 공부를 잘 했으면 하고 바라는 동시에 레크리에이션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 주석이 '축구굴기(堀起ㆍ우뚝 섬)'를 내세우기 전만 해도 많은 학교에서 축구는 금기시됐다. 그러나 이제 축구는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돼 있다. 재능이 있는 아이는 진학에서 유리하다. 이는 사커월드에도 유리한 조건이다.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는 1년에 두 번 코치들을 중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사커월드의 코치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사커월드는 축구 꿈나무들을 맨체스터시티의 축구아카데미로 보낼 계획이다.판 CEO의 목표는 향후 5년 안에 중국에서 총 200개의 축구장을 확보하고 베이징ㆍ상하이 등 이른바 '1선 도시'와 2선 도시마다 적어도 사커월드 시설 한 곳을 여는 것이다. 이른 시일 안에 사커월드의 기업공개(IPO)도 단행될 예정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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