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D-1 예측불가…피말리는 경제

정치 불확실성에 성장률 소비 투자 모두 흔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하루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한국 경제를 휘감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았다.리스크(Risk)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불확실성(Uncertainty)은 측정 불가능한 위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로 예측되는 등 연말 경기마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는 씀씀이를 줄이며 기업은 투자 결정을 늦추면서 숨을 죽이고 있다. 소비와 투자의 동반침체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야 3당에서 발의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구두보고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단하기 힘들다.문제는 가결과 부결 어느 경우에라도 상당기간 사실상 국정공백이 현실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정부도 만약의 경우를 고려해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 대행 체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그림은 전무하다. 새 정부가 언제 구성될지도 정해지지 않아 새로운 정책을 펼 수도 없다. 당장 새해 업무보고 준비에 바빠야 할 관가도 일손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코리아세일 페스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으로 다소 개선됐던 민간소비는 내년에 부진할 것으로 보이고 수출 감소로 설비투자도 개선될 조짐이 없다. 그나마 활발했던 부동산 경기도 경제 위험요인인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로 하방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에 맞선 중장기 대비책 실행은 요원하다.대외적인 변수까지 고려하면 심각성은 더하다. 다음 주로 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과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영향이 현실화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절차 착수와 중국 경제 경착륙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경기 하방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민첩한 대응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탄핵 이후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설 때까지의 비상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특히 정책을 추진하고 공무원들을 독려해야 할 경제부총리 교체도 언제쯤 가능한지 장담할 수 없다. 향후 정국이 갈 지(之)자를 그리게 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6월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 하향했다. KDI는 이례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변수까지 고려하면 성장률이 더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민간 경제연구소들 중에는 1%대 성장이라는 전례없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현 시점에서 극도로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될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내년에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 자체보다 대선까지의 과정이 어떤 식으로 가는지에 따라 경제 전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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