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기자 유랑기-'지롤말자'에 몰린 여성들, 뭐지? ...쾌슈퍼, 힐링박스 등 디자인을 탐하다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방문한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문호남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개막 첫날, 강남구 코엑스 전시홀에 들어서자 아티스트 그룹인 아크파크와 360 사운드의 클럽 음악이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비트에 맞춰 걸어들어가자, 강렬한 빨간색으로 꾸며진 2016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현장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입구를 지나자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시작됐다. 형형색색의 디자인 부스와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는 180여개의 브랜드와 6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디자인 콘텐츠를 선보였다.
◆구경도 하고 체험도 하고=가구,공예부터 패션, 미디어 아트까지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곳곳에는 '디자인과 놀자'라는 컨셉답게 사진 찍을 장소도 다양했다. 데이트들을 즐기는 연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깜찍한 형광핑크색 간판이 눈길을 잡아끄는 '지롤말자' 부스에는 젊은 여성들로 가득했다. 궁금증에 가득찬 기자가 주변을 서성거리자 신아영 에스멜린 대표는 "앞머리에 뽕이 죽는 것이 늘 고민이어서 열 헤어롤을 고안했다. 디자인부터 기술개발까지 직접하고 있다"며 체험해보라고 권했다. 앞머리가 있는 여성들이 어느새 지갑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부스들을 거닐다보면 곳곳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어 발걸음을 멈추자, 어느새 손에 인형이 들어있는 럭키백이 쥐어져 있었다. '아무'의 김연진 디자인 실장은 "올해 처음 참가했는데, 첫날인데 반응이 뜨겁다. 럭키백 이벤트를 진행했더니 페이스북 좋아요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홍보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참여이유를 밝혔다. 또 제품을 쇼핑하면서 디자이너에게 원단부터 사용법까지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일부 브랜드들은 현장에서 시중가보다 20~40%가량 할인판매를 했다.
분노,질투,자괴감,흑역사 감정을 태우는 컨셉 디자인.
◆'분노' 태우고, 힐링상자로 힐링=전시홀을 둘러보다보니 올 한해가 다사다난했던 만큼 유난히 컨셉디자인이 많았다. 컨셉디자인은 제품을 개발할 때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힐링박스는 '이십대 태반이 백수_취업', '월요병', '외모지상주의' 등 한국사회의 문제 등을 힐링하는 힐링박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선보였다. '쾌슈퍼'는 분노,좌절,실패,질투,흑역사 등의 엽서를 태우는 라이터를 판매했다. '쾌슈퍼' 측은 "태우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컨셉디자인 부스에는 유난히 20대들이 많았다. 대학생 윤가람(23) 씨는 "취업준비로 힘든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라이터를 샀다. 재미도 있고, 별 거 아니지만 디자인도 예뻐서 보면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디자인그룹 디자인오투의 컨셉은 유쾌함이었다. '라면먹고 갈래'라고 쓰여있는 봉지에 피임기구를 담는가 하면, 요일별로 사용하는 컨셉의 약국봉지에도 피임기구를 담아내 웃음을 자아냈다.
◆신예 디자이너들 기회의 장=국내 디자인업계에서 신예들의 현실은 아직까지 척박하다. 능력이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펼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국내에서 오히려 해외 디자인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인식은 더더욱 신진 디자이너들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들었다.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이들에게 매년 기회의 장이 됐다. 지난 14년간 1200여개의 브랜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270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역시 35인의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과 영 디자이너 10명이 셀프브랜딩을 진행했다. 디자이너 지망생들도 많이 찾아 미래 디자이너 양성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계명대학교 텍스타일 디자인학과 최시연(20)씨는 "학교 차원에서 단체로 매년 관람을 온다"며 "이 곳을 둘러보면서 색감에 대한 공부도 하고,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는 "이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 알려지거나 파트너십을 가질 기업을 만나게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공간들은 우리의 지역을 빛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앞으로 이런 곳이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이다"라고 밝혔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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