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검찰에서 다 이야기 했습니다." 7일 오후 여의도 국회 245호. 검정색 점퍼와 뿔테 안경, 마스크를 착용한 30대 여성은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의에 단답형으로 짧게 답했다. 마스크를 벗으라는 김성태 특위 위원장의 질타에 마지못해 조심스럽게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증인 선서를 마쳤다.
장시호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최순실 국조특위)' 제2차 청문회의 살풍경이다. 이 30대 여성은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받고 이날 오후 3시25분께 청문회에 출석했다.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였다. 경위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없이 등장한 장씨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청문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씨 일가였다. 그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잠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논란이 된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스포츠엠'의 대표냐는 질의에도 준비하고 나온 듯 "검찰에서 10회가량 조사받으며 다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체념한 듯 질의를 마쳤다. 하지만 장씨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은 듯 보였다. 자신이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6억원, 삼성그룹에서 16억원 정도를 받은 걸로 안다"며 "아이들을 육성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삼성에서 받은 16억원 가운데 11억원 가량이 다른 용도로 쓰였다는 검찰 조사결과가 있다고 발언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오전 불출석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몸이 너무 아파 그랬다"고 답했다. 장씨는 신경섬유종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직해야 한다' '증언을 똑바로 하라'는 하 의원의 충고에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최, 태자, 민자"라고 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묻는 질의에 "(특별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시호
하지만 일단 말문이 트이자 다양한 얘기를 쏟아냈다. '증인석의 다른 증인들 가운데 누구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차은택 감독과 김종 차관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이모인) 최순실의 아이디어"라며 "(최씨가)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이모라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 살 때 이모가 아기만 키우지 말고 일해보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센터 설립 과정에서 김종 문체부 전 차관과 연결됐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박 대통령과 관련해선 당선 전 자신의 결혼식 때 본 적이 있지만 취임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삼성계열의 제일기획이 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경위에 대해서도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연세대 승마특기생 입학과 관련해선 "누가 도와준 적이 없고 실력으로 입학했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장씨의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인 최순득씨가 박 대통령이 먹는 김치를 손수 담궜다는 질의에는 "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고 말했고, 어머니와 이모가 함께 다녔다는 성형외과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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