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덫]면세점, 설왕설래 언제까지…정부입만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10조원 규모 시장으로 급성장했는데 정부만 그대로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면세점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설왕설래를 거듭하면서 영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신규면세점 특허 입찰을 기존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끊임없는 '비선실세 개입'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오는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선정 일정을 관세청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신규 특허의 발급 과정 자체에 비선실세의 개입이 있었고, 일부 업체의 뇌물죄가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세청은 '기존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만을 거듭 밝힌 상태다. 특허 발급은 관세청장에게 전권이 있지만, 지난해 이후부터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테스크포스(TF) 형태로 관여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정부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시내면세점과 관련된 방안으로 추가 특허 여부를 '2년 마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자활성화 대책 브리핑 자리에는 천홍욱 현(現) 관세청장도 차장 자격으로 특허 발급기관인 관세청을 대표해 배석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서울과 제주도에 각각 3개, 1개 총 4개의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하고 향후 지역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 면세점 혼잡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특허 여부를 2년마다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해당 방안은 '시내면세점 확대'에 무게를 두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2년'으로 특허 발급 기간을 제한한다는 의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와 비교해 시내면세점 수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니, 앞으로 점진적으로 관련 시설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경쟁국들이 적극적으로 대규모 면세점을 설치하는 등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힘을 싣는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시내면세점 시장 현황을 "외국인 관광객이 시내면세점을 많이 찾고 있으나 신규 면세점 공급이 제한된 상태"라고 진단하고 "관세청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 지역별 현황, 대·중소기업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내면세점 추가설립을 허용할 것"이라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대책을 아무 설명도 없이 번복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꺼리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따라 관세청은 지난해 4월 특허 공고를 내고 6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 등 3곳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2년 마다' 검토하겠다던 추가 특허 발급 여부는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선정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3월 정부 방침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5년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관광객이 전년 대비 급감하는 등 통계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급하게 신규 특허 발급을 서두른다는 논란도 거셌다. 그러나 다음달인 4월 관세청은 신규 특허 추가 방침을 공식화했으며 이달 중순 입찰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사 진행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일과 진행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특조위원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면세점관 관련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미르·K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것이 특허 관련 특혜를 기대한 대가성 자금이 아니냐는 것이다. 두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여전히 안팎의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까지 업계가 정부 정책에 휘둘리며 불안한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중국은 한국여행이나 한류문화를 물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이런 문제를 겪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은 물건의 세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정책과 방침이 시장에게 설득력을 잃은데다가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실업자까지 양산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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