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여의도역 인근의 한 일식전문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최순실 게이트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연말 특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6~27일 전국 점포 40여 곳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7% 줄었다. 특히 소공동 본점은 감소율이 8%를 넘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 점포에서 주말 평균 매출이 2~4% 감소했다. 지난 10월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통업체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심리 지수는 2003~2015년 평균치를 100으로 정하고, 이보다 낮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인 것을 뜻한다. 실제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민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실질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줄었다. 채소가 17.3%, 쌀 등 곡물 소비도 8% 가까이 감소했다. 기호식품 감소세는 더 크다. 커피와 차 소비에 쓰는 돈은 5.7% 줄어 15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품목인 술과 담배에 쓰는 돈도 실질 기준 1.6% 줄었다. 이에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은 예년보다 일찍 크리스마스와 설 마케팅에 돌입해 실적개선에 힘을 쓰고 있다.호텔 및 외식업계도 비상이다. 각종 행사가 집중되는 연말을 맞아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 혼란스러운 시국으로 인해 연말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송년회와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서울 시내 주요 5성급 호텔 10곳 중 7개 호텔은 5~40%가량 예약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미나와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연말행사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호텔 이용객이 줄어들자 호텔 내 식당의 이용률도 감소하고 있다. 과거 연말이면 예약이 가득 찼었지만 최근에는 약 10~15% 가량 줄었다. 겨울성수기를 앞둔 여행업계의 상황도 좋지 않다. 매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190만명에 육박하자 자연스레 여행객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호텔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촛불집회로 귀가하지 못한 참석자와 지방에서 올라온 참석자들로 대부분 매주 만실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