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OUT①]누군가엔 지워지지 않을 상처, 관심이 치유가 됩니다

-2013년부터 성폭력방지 대책 운영…사고예방·수사·피해자 지원 강화-전국 해바라기센터 37곳으로 확대…피해자·가족 통합 직원 가능[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같은 마을에 사는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노랑(가명·지적장애 2급)씨가 대전해바라기센터를 찾은 것은 1년 전. 대전에 살고 있던 노랑씨의 언니가 피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 후 경찰의 안내로 센터에 오게 됐다. 사건이 있은 지 반 년이 흐른 뒤였지만 초기 진술과 가해자로부터 옮을 수 있는 성병 검사 등으로 성폭력 피해 여부를 판단하고 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노랑씨는 성폭력 후유증 치료뿐 아니라 해바라기센터와 연계된 다른 기관들을 통해 법적·경제적 지원과 함께 자녀들의 학습 등 통합적인 상담과 서비스를 받았다. 노랑씨 언니는 "남이 받아야 되는 지원을 우리가 다 받는 것 아닐까 할 정도로 세심하게 살펴 주셨다"며 "여러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더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는 일주일간 성폭력·가정폭력 주간으로 지정해 경각심을 높인다. 2013년부터 정부는 성폭력 방지 종합 대책을 근거로 성폭력 예방부터 수사, 피해자 지원까지 종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바라기센터와 국비 지원 성폭력 상담소, 보호시설을 늘리는 중이다. 또 경·검찰과 함께 성폭력 전담반을 꾸려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한편 사전에 성폭력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다양한 예방 교육도 병행해 실시한다.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해바라기센터는 37곳으로 2013년에 비해 4개 늘어났고 국비지원 상담소는 104개로 같은 기간 12개 더 많아졌다. 성폭력 피해자와 정부 기관 간 접점이 촘촘해지면서 지원을 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해바라기센터를 찾는 성폭력 피해자는 지난해 2만218명으로 여성 1만9199명, 남성 1019명이었다. 2012년(1만6735명)에 비해 17%가량 늘었다. 피해자의 연령은 13세 미만이 3502명, 13세 이상~19세 미만이 4546명, 19세 이상 8547명, 연령 미상 3623명 등이었다.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센터다. 센터는 응급 치료나 심리 치료, 증거 채취 등 의료 지원에서부터 상담 지원, 진술 조서와 녹화 등 수사 지원이 가능하다. 또 무료 법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법률 기관과 연계돼 법적 절차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소나 보호시설 등 지원 기관을 연계해 준다.
해바라기센터 외에도 성폭력 상담소와 피해자 보호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성폭력 상담소 1곳당 지난해 평균 상담실적은 995건에 달한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경우 심리·정서적 지원이 5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의료 지원(1만1560건), 자립 지원(9163건), 학교문제 지원(6444건), 수사·법적 지원(2260건)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은 345억5400만원으로 매년 소폭 늘고 있다.정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성폭력 피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치료, 낙태 및 출산 비용, 성매개 감염 검사 등을 원칙상 제한 없이 지원한다. 보호자의 여건으로 지원이 어려운 13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 장애인의 경우엔 치료 동행 서비스를 통해 심리 치료나 법률 지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피해 이전에 사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폭력 예방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2013년 이후 공공기관 성폭력 관련 의무 예방 교육이 연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었다. 대상 기관 수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포함시켜 총 6만7000여곳에서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 또 전문 강사제를 도입해 성폭력 관련 전문 강사 양성을 여성가족부 의무로 규정시켰다.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등 분야별로 전문 강사를 위촉해 2014년 1910명이던 강사 수가 올해 2907명(9월 기준)까지 늘었다.
신종 폭력에 대한 대응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스토킹, 몰래카메라 촬영 등 여성 대상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 중이다. 올해 전국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이용·촬영, 사이버 성폭력 등 신종 성폭력 피해를 조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 스토킹 방지 및 처벌 등에 관한 법제화 방안도 연구, 추진하고 있다.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재범률과 미검률이 2013년과 비교해 지난해 각각 0.4%포인트, 1.4%포인트 떨어졌다. 경찰청은 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체계를 확대해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서고 있으며 검거 건수도 2만9539건으로 2013년에 비해 4000건 늘었다.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폭력 사건은 암수율(피해자 미신고 등으로 입건되지 않은 사건 비율)이 높아 다수의 범죄가 덮이는데 최근 경찰의 성폭력 입건 수가 늘어난 점을 보면 감추지 않고 신고를 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매개체가 단순한 가해자 처벌 강화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 상담, 치유 등 지원을 통해서 자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피해자 지원 예산이 8배 늘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높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정착이 어느 정도 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전문적 인력 양성과 이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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